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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Sep 07. 2023

드론 기술의 빙산

실험실에서 양산까지

 빛나는 태양 아래, 학교 캠퍼스 한쪽에서 드론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곤 한다. 드론 연구실의 실험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언제나 경이롭다. 드론 기술은 실험실 연구와 실제 상용화된 제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언젠가 드론 행사에 참여한 적 있다. 민간 기업과 지자체가 협업하여 드론으로 상품 배송을 시연하던 날. 수많은 시민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모 신문사와 방송사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딱 잘라 거절했지만 거듭 부탁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응하게 되었다).


 신기하지 않냐는 반응을 살피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나는 실험실 기술을 비롯해 실생활에서도 드론 기술을 활용하는 현장을 목격한 바 있다. 아빠의 농장에서는 드론을 띄워 파종을 하고 방재에도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사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었다. 나는 주최 측과 인터뷰어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했다. 이어 의례적인 질문이 몇 차례 더 이어졌고 인터뷰어가 기대했던 답변보다 뭔가 쓸만했던지 미래의 활용 방안에 관한 질문까지 이어졌다. 나는 드론에 탑제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인터뷰어가 약간 갸우뚱하며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며 직업을 묻는 말에 공과대학교에 근무한다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우물쭈물했다. 나는 대문자 I형(MBTI)인지라 익명으로 남고 싶었다. 운 좋게도 뉴스 인터뷰는 통 편집되어 방송을 타지 않았고 지면 인터뷰도 대부분 실리지 못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실제 상용화된 드론 기술보다 숨겨진 실험실 기술. 즉 빙산의 아래쪽이 훨씬 깊고 방대하다. 구글에서 드론과 관련된 기술을 검색하면 상용화되지 않은 수많은 기술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상당수가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험실에서 종결된다. 어떤 기술이든 실험실 기술과 양산 기술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둘 사이의 차이는 기술의 성능만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의 수요, 제조 원가, 안전성 등 여러 요소가 요구된다.


 최근의 기술 트렌드 역시 양산 기술을 중시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했고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M&A를 통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졸업생의 취업 통계를 보면 과거에는 학사 학위를 가진 엔지니어들이 양산, 공정 기술 부서에 대거 배치되었다면, 지금은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들도 일선에 배치되어 활약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R&D부서에 배치받아야 마땅한 인력들이다.


 물론 전공 분야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대학원에서 로켓 추진체의 궤적을 연구하고선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도 보았다. 로켓 궤도 예측에 사용하는 수학 모델링이 금융 분야의 리스크 평가나 옵션 가격 책정에 활용되는 것처럼, 자동차 충돌 시뮬레이션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한다.


 기술의 빙산 아래에는 광범위한 세계가 숨어있다. 드론이 하늘을 나는 기술을 넘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빙산의 꼭대기에만 집중되어 있는 관심을 저 아래 골이 깊은 곳으로 가져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숨겨진 기술의 세계에서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실험실에서 종결되는 기술들은 소리없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의 씨앗으로 남아 먼 훗날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다.


 아빠의 농장 위를 날고 있는 드론처럼 앞으로 맞이할 미래의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실험실에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미지의 기술이 미래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기술의 빙산 아래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꺼내보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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