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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Sep 11. 2023

드론이 끌고 온 스마트팜

하늘에서 비료가 쏟아진다

 정말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드론 이야기다.


 우리 집은 대대로 농사를 짓는 집안이었다. 때문에 농업에 대한 나의 관심사는 DNA 깊숙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록 지금은 분가해 살고 있지만 마음의 한구석은 늘 본가로 향해 있다. 이맘때가 되면 깨타작을 했겠거니, 김장 배추는 얼마나 심었을까 상상하게 된다(요즘은 기계로 탈곡하지만 여전히 타작이라는 말이 입에 붙는다).


 스마트팜은 농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아직 완벽하게 도입되지 않았음에도 드론은 농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드론 기술이 농업에 가져온 가장 큰 혜택은 시비 작업의 효율화이다. 시비는 농작물이나 토양에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 작업이다. 시비는 엄청난 노동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중노동이다. 그러나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면 비교적 작업이 간단해진다. 뙤약볕을 벗어나 그늘에서 드론을 조종한다. 드론 배터리 교체와 액상 비료 보충이 조금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월해졌다.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것은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밀성에서도 큰 장점을 갖는다. 호버링 기능으로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GPS를 활용해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비료를 뿌릴 수 있다. 또한 특정 문제 지점에만 집중적으로 농약을 살포할 수도 있다. 필요한 양과 밀도를 정확히 조절하며 농작물이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나 농기계가 논 밭을 비집고 들어가야 했다. 덕분에 요즘에는 장화를 신고 진창이 된 논에 들어갈 일이 크게 줄었다.


 드론의 이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속성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 드론의 도움으로 드넓은 농지도 빠른 시간 내에 시비할 수 있다. 공중에서 한바탕 싹 쓸어버린다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빠르다. 농촌 지역의 부족한 인력과 노동력 감소를 큰 폭으로 완화해 주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고령화와 체력 감소가 드론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 준다.


 드론을 농업에 적용하는 것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 현재로서는 아직 완벽한 단계로 정착한 것은 아니다. 드론 도입에 초기 투자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시장에서는 드론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터리는 더 귀한 몸. 그런 배경아래 이미 농기계를 웬만큼 보유하고 있는 농가에서는 추가적인 설비 투자에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다. 특히 배터리 충전 시스템 구축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아울러 드론 조작에도 약간의 노련함이 요구된다. 때문에 초보자가 드론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 근미래에는 드론 조작법도 필요 없는 자동화 드론 시스템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여러 연구자들이 이 방면을 연구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교수님께서도 해당 분야의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사용자가 버튼 하나를 누르면 드론이 스스로 작업을 시작하는 시스템을 연구 중이라고 하셨다. 이때 기상, 풍향, 기타 환경적 요인을 모두 고려하여 미리 설정된 작업을 수행한다. 배터리 부족 시점에 '리턴 투 홈'(Return to Home, 줄여서 RTH)하여 충전을 하고 다시 이전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기술적 전망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스마트팜의 모습이 아닐까.

 //무인 트랙터의 활용도는 드론 이상으로 주목받지만, 내용이 방대하여 오늘은 생략.


 기계와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여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진정한 혁신의 시작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 자동화 시스템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한 현재 방식은 그 자체만으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농업의 미래를 더욱 밝은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본가를 방문할 때 드론이 하늘을 날며 농작물을 관리하는 모습을 본다. 늘 한결같던 깨타작과 배추를 심는 풍경에 이제는 드론의 날개짓 소리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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