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조미료와 멸치 다시 중 무엇이 좋은가?' 하는 문제 굉장한 논란거리다. 그와 비슷한 논쟁으로 '유기농'을 거론할 수 있다. 또 농업 이야기 하게 되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꼭 한번 다루고 싶었던 논제이다. 사석에서 유기농에 대해 조금이라도 배타적인 의견을 발설하면 꼭 나오는 말. "니가 뭔데 감히."라는 워딩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반대로 화학과 교수님들께서 들으면 코웃음 칠 이야기이다.
사전에 미리 짚고 넘어가자. 나는 이과적 견해를 지지하는 편이다. 그와 동시에 내 혈관 속에는 걸쭉한 농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 과수원 집 딸로 태어나 양팔에 토시를 끼고 일손을 거들어 왔다. 때문에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농민들은 풍년을 기대하며 토양과 작물에 애정을 쏟고 기후에 대한 경의를 가진다. 땅의 지력을 높이기 위해 효율적이고 토양에 부담을 적게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화학비료가 해답 중 하나다.
과수원집 딸로 살아오며 얻은 교훈은 '유기농만이 최고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유기농의 가장 큰 특징은 가축의 똥으로 만든 거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 집도 거름을 사용한다. 주로 돼지 똥을 쓴다(계분도 약간 사용한다). 필드에서도 거름이라 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표현한다. "저기 돼지 똥 뿌렸나!?" 그렇다면 약간 비약하면 이렇게 된다. 돼지 똥이 묻어서 대장균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과일을 먹겠느냐, 아니면 화학 비료로 깨끗하게 재배된 과일을 먹겠느냐?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후자를 택한다. 가축의 똥으로 만든 거름이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비료 모두 주요 성분은 질소(N), 인(P), 칼륨(K)로 구성되어 있다.
할머니께서는 오래전 우리 집의 농작물이 얼마나 좋았는지 자주 언급하셨다.
"옛날 능금은 그렇게 작았는데 우리 집 능금은 그렇게 굵고 맛있었데이. 그래가 서울 사람들이 먼저 떼 갈라고 새벽부터 줄을 섰다 안 하나."
이는 과거와 현재의 농법 차이를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는 과학과 아주 밀접하다.
세상 모든 것에 흑과 백이 존재한다. 모든 것에 그것대로의 가치와 장단점이 있다. 유기농 농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환경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가치 소비재로 남다른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뭣이라! 가치 소비재라고? 농약은 어쩌란 말이야?'라며 따질 법도 하지만 잔존 농약의 양은 카운트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조차 세척하거나 껍질을 제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우리 과수원에서는 여러 종류의 거름과 비료를 균형 있게 혼합해 사용한다. 어느 하나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적당함'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고 화학비료만이 해답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올바른 사용과 적절한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 농업에서 화학비료 없이는 농작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화학비료는 농업의 혁신적 발전을 이끌어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핵심 요소로서 중요성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이분법적인 해법으로 귀결할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접근법이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유기농과 화학비료 간의 논란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될 것이다. 어느 한쪽 만을 극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장점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방향을 추구하길 희망한다. 각각의 방법은 그 자체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니고 있고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미래의 농업은 과학과 자연이 서로 손을 잡고 더 나은 방법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