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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Sep 15. 2023

교실 속의 침묵

"왜?"라는 질문의 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LK-99' 물질을 상온 초전도체로 발표하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나도 숨을 죽이고 기사를 읽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바뀔 것처럼 보였다.


 기대와는 달리 그 진위를 둘러싼 의문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언론과 대중의 반응도 하늘과 땅처럼 첨예하게 갈렸다. 물론 언론은 세상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나름의 동기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근무하는 대학의 반응은 놀랍게도 뜨뜻미지근했다(신기루 같은 기술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성지에서는 이성적인 분석과 검증의 과정을 차분하게 기다려보자는 눈치였다.


 주식 시장은 요동쳤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아주 넓은 스펙트럼으로 보여주었다. 차트의 급격한 변동이 감정의 높낮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투자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 순간의 정보에 빠르게 반응했다.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깊게 파악하지 못할 때 결과는 다소 참담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은 항상 대환영이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 진실과 환상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희망은 때로 현실을 왜곡하게 만들 수도 있다. 희망이 주는 기쁨을 부정할 수 없지만 무턱대고 믿는 것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을 거쳐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LK-99'의 사건을 계기로 기술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맹신은 오히려 기술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건강한 의구심. 이른바 비판적 사고가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왜?"라는 질문은 배움의 시발점이다.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을 탐구하기 위해 꾸준히 질문해야 한다. 교수님들께서도 말씀하시길, 강의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이 부쩍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수업이 끝날 무렵 의례적으로 질문이 있냐며 묻는 것에 토를 달기에는 좀 황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업 중에 교수님의 말씀이 틀렸음을 알면서도 질문하지 않는 것은 학문적 태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학생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교육 체계와 문화적 특성에서도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감에 정보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왜?"라는 질문 없이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은 자신의 쪼가 없이 정보의 흐름에 휩쓸려 나가는 것과 같다.


 지식을 흡수하는 것만큼 지식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키워야 한다. 학생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주저하지 말고 던지라고 당부하고 싶다. 질문이 바로 배움의 출발 선상이자 발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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