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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헷 Oct 07. 2020

자궁아 이제 쉬어도 돼

자궁내막암 자연치유 치유일기

요즘엔 걷는 게 그리 좋다.


땀이 나는게 오히려 반가운 선선한 날씨, 따스한 햇살이 빚어내는 예쁜 풍경, 여기에 숲속의 좋은 공기까지 더해지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걷고만 싶어진다.


오늘도 좋아하는 숲을 찾아 걸었다. 걷다보니 산속의 공기가 그렇게 싱그러울수가 없다.



식물들이 여럿이라면 사람한테 커다란 사랑의 공간을 만들 수 있어. 식물 종이 다양하고 사람이 이들을 사랑으로 만져 주고 대화한다면 말이지. 식물 모두는 함께 사람한테 큰 사랑의 공간을 만들고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육신의 병을 치유해. 식물이 여러가지일때 모두 함께 그러는거야
_아나스타시아2권 '소리내는 잣나무' 50p


아나스타시아를 읽은 뒤로는 산책을 하거나 텃밭일을 하다 생각이 날때마다 식물들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전에는 그냥 거기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던 식물들이 왜 이제야 나를 알아주냐는 듯이 생생하게 살아나 에너지를 보내오는 느낌이다.


다양하게 말을 걸어오는 식물들을 지나치며 걷는데 문득 자궁에게는 말을 건지가 오래되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식물들이 보내오는 에너지를 받아 자궁에게도 말을 건다.

 

'자궁아. 신선한 공기를 너한테 보낼게. 앞으로는 널 방치하지 않을게. 잘 나아보자.'


그렇게 되뇌이며 걷다가 문득, 내가 무슨 자격으로 자궁에게 협조를 요청할수 있겠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30여년, 자궁의 존재를 나몰라라-있든지 말든지-했고, 최근 5년 넘게 자궁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


여성의 몸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의 80%가 질, 요로, 자궁경부, 방광 점막의 표면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코르티졸과 같은 스트레스성 호르몬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여성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호르몬 장애는 이 기관들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_<여성의몸,여성의지혜>228p


 내가 자궁에 가했던 스트레스는 학대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제 목숨이 아깝기로서니 잘해줄테니 나아보라고? 자궁의 입장에서는 퍽이나 아니꼽지 않겠는가.


친구가 그린 분노하는 자궁 @ji_myun



"아니다. 자궁아.

이제 네 맘~대로 해.

낫고 싶으면 낫고, 쉬고 싶으면 쉬어."


이 말에는 필히 나아야한다는 일종의 압박(?)까지 벗겨줌으로써 건강의 회복을 꾀하고자 하는 나의 얄팍한 속셈이 담겨 있는 지도 모르지만, 순간의 나는 진심이었다.


나의 자연치유 과정은 죽음을 배제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다. 나에게는 죽기 전에 이 육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과 경험을 체험하고, 나를 포함한 생명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이 곳에 온 이유를 깨닫고 누리다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치유는 언제나, 반드시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증상을 일으킨 근본 문제를 따지고 든다. 치유는 질병의 원인을 삶의 감추어진 부분에서 찾으려고 한다. 물론 치료를 통한 신체기능의 회복이 치유를 수반할 수 있지만 치유는 치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다. 완전히 치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치유와 죽음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나는 생명을 지키고 연장 하도록 훈련받았다. 그러나 때로는 그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죽음을 신비로운 생명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환자의 꿈과 몸의 증상을 연구했던 패트리시아 라이스는 “치유의 진정한 의미는 한 개인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죽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치유는 삶을 의미있고 충만하게 살수 있는 기회이다.”라고 말했다_<여성의몸,여성의지혜>67p



 나는 자궁에게 간청하여 오래 살기보다는, 그동안 내가 괴롭해왔던 내 신체의 일부, 그 중에서도 나의 창조성을 대변하고 실현하는 기관인 자궁과 화해하고, 그녀와 공존하는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다 가고 싶다.


나무도 숨쉬고 자궁도 숨쉬고 나도 숨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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