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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은의 Beyond Insight Aug 21. 2016

이 여름을 기억해

스물네 번째 지난주




 사람들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 그런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비겁할지도 모르지. 누구든 저 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까. 그럼에도 타인은 솔직했으면 좋겠다는 욕망들이 이 계절을 채웠어. 그래서였을까? 더웠지. 많이 더웠지.     


 이 뜨겁던 여름에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을 기억해. 강남역에서, 소녀상 앞에서, 광화문광장에서,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세입자의 곁에서, 참외밭 주변에서……. 모든 싸움에 동등한 정당성을 메길 수는 없어. 어차피 각자의 근육은 각자의 신념으로 움직이니까. 응원하다가 질문을 할 수도 있지. 그러다가 곁에 서거나, 돌아서거나……. 쉽지 않지. 또 요즘엔, 너무 시끄럽게 싸우면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조금만 지나도 처음의 문제가 잘 안 보이기도 해. 그 때문인지, 어떤 분노는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과정이겠지. 어쨌든 이 더위에 전선의 가장 앞선 자리에 있던 여러분을 기억해. 고마워.      


 어떤 친구는 나아지고 있는 것이라 하고, 어떤 친구는 아무 희망이 없다고도 해. 누구의 말이 맞을까? 어쨌든 우리의 시간은 SNS의 타임라인보다는 느리지. 다 ‘좋아요’ 일 수는 없어. 이 와중에, 이 더위 속에서 인형 탈을 쓰고, 타인의 택배를 전하려 뛰어다니고,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볼트를 조이던 사람들을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는 마냥 불평만 늘어놓겠다는 것이 아닌데, ‘청년’을 ‘아이’로 묶어두어야, 당신의 ‘어른’이라는 시간이 더 견고해진다고 믿는지. 어째서 그 믿음은 이 여름이 끝나도 끝날 것 같지가 않은지…….     


 우리의 인생은 누진되지 않는데, 어째서 전기료는 누진되는지. 결혼하겠다는 친구도, 아이를 낳겠다는 친구도 없는데, 정부가 처음 시작된 날은 왜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었는지. 어째서 잘못한 사람을 덮어주는 기사가 연일 터져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국모의 너른 마음인지. 강물은 온통 초록빛이 되었다는데, 환경에 관한 어느 행정부처의 수장은 어째서 재정을 담당하던 사람이 될 수가 있는지. ‘애국심’의 ‘심’ 자는 마음 심(心) 자일 텐데, 어째서 내 마음을 이리하라 저리 하라 하는 것인지. 돌이켜보면, 국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저 내 삶에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나의 월세와 나의 시급과 나의 연애와…….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는 경축사를 들으며, 너무 멀리 있는 어떤 이를 무정부주의자와 비교하면서…….     


 그러면서도, 우리가 인터넷에서 찾는 최저가와 우리가 세상에서 받는 최저가가 같은 최저가인지, 다른 최저가인지. 남 탓이 습관이 된 것은 아닌지. 손가락질하기 쉬운 상대에게 너무 많은 분노를 쏟아내었던 것은 아닌지. 그렇게 우리가 비난하던 사람들을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어둠에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그러니까. 그럼 안 되는데……. 그지? 서로에게 ‘좋아요’를 눌러주던 것으로 안위를 확인하던 우리가, 한날한시에 축제의 밤을 보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내일이 되면 내일이 보이니까.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보일 테니까. 하지만, 이 여름이 더웠다는 것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돼. 허상의 비행장에서 참외밭 옆 동산에 이르렀던, 명동의 화장품 가게로부터 파란 지붕 집의 토마토로 이어지던, 컵라면으로 시작해서 송로버섯으로 끝이 난, 이 여름을 기억해. 이 여름을 기억해.     






1.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2.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




3. 무더위 속 인형 탈 아르바이트



4. 2016년 상반기 출산율 역대 최저 기사 화면 캡처




5. 실업률 상승 추이 그래프




6. 새누리당 건국절 지정 논의 관련 뉴스화면 캡처




7.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제123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소녀상에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




8. 단식농성 중의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




9. 영남권 신공항 발표 당시 뉴스 속보 화면 캡처




10.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 모습




11. 낙동강 수산대교 부근 녹조 




12.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우병우 민정수석




13. 청와대 오찬회견 메뉴




14. 구의역 사고 피해자의 소지 물품









참고 이미지     


커버 이미지

 - 2016년 8월 20일, 여의도, 직접 촬영     


1

 - JTBC 디지털뉴스룸, ‘논리의 오류’ 편 화면 캡처

 - facebook.com/jtbcdroom/?fref=ts     


2

 - 주간동아, 2016년 8월 13일 자, “‘요금 폭탄’ 누진제의 진실… 기업용 전기요금 못 올리는 진짜 이유”

 - donga.com/MainTop/3/all/20160813/79742422/1#     


3

 - 아시아 경제, 문효남 인턴기자, 2016년 8월 16일 자, “[포토] 말복에도 계속되는 인형탈 아르바이트”

 - 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81613273922722     


4

 - 주간동아, 송화선 기자, 2016년 8월 10일 자, 1050호, 인터넷 기사 “1~5월 출산율 역대 최저 ‘국가 소멸’ 초읽기” 화면 캡처

 - http://weekly.donga.com/Main/3/all/11/706325/1     


5

 - 서울경제, 김정곤 기자, 2016년 8월 18일 자, “악화되는 청년 실업률... 올 두 자릿수로 고착화”

 - sedaily.com/NewsView/1L06W9JQ7R     


6

 - TV조선, 이유경 기자, 2016년 8월 20일 자, “[TV조선 단독] 새누리, 연찬회서 건국절 추진 공식 논의” 뉴스 화면 캡처

 - 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20/2016082090120.html     


7

 - 뉴시스, 김선웅 기자, 2016년 6월 15일 자, “빗 속에 진행된 제1235차 수요집회”

 - newsis.com/pict_detail/view.html?cID=1&pID=1&page=1&s_skin=&s_date=&e_date=
 &s_k=&pict_id=NISI20160615_0011808737     


8

 -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2016년 7월 28일 자, “이틀째 단식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

 - nocutnews.co.kr/news/4629648     


9

 - YTN, 2016년 6월 21일 자, “[속보] "영남권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 뉴스 화면 캡처

 - ytn.co.kr/_ln/0102_201606211525135822     


10

 - 평화뉴스, 김영화, 김지연 기자, 2016년 7월 19일 자, “일주일째 촛불 든 성주..."변명·비밀 아닌 사드의 진실을"”

 - 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4327     


11

 - 오마이뉴스 , 윤성효 기자, 2016년 8월 20일 자, “낙동강 보 수문 일시 개방, 살수 작업에도 녹조 창궐”

 - 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6921     


12

 -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2016년 8월 8일 자, “우병우 민정수석 회의 참석”

 - yonhapnews.co.kr/photos/1990000000.html?cid=PYH20160808129900013&from=search     


13

 - 중앙일보, 최선욱 기자, 2016년 8월 20일 자, “[뉴스 속으로] 김무성 땐 없었는데… 이정현에겐 내놓은 송로버섯·샥스핀 찜”

 - news.joins.com/article/20477736     


14

 - 오마이뉴스, 이명옥 기자, 2016년 6월 1일 자, “19살 청년이 떠난 구의역에 놓인 컵라면”

 - 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1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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