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그들이 오고 있다.
안녕하세요, 비욘드펀드입니다.
이번 8월은 저희 비욘드펀드에게 역사적인 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껏 물밑 교섭만 진행되어왔던 자산운용사의 협상이 마무리되어,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자산운용사 사모펀드의 자금 12.8억 원이 비욘드펀드의 투자상품에 집행되었고, 뒤이어 다른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2개의 사모펀드가 6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비욘드펀드의 다른 투자상품에 집행하였습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동일한 투자상품에 비슷한 규모로 참여하였고요. 이미 몇몇 P2P 금융업체에도 사모펀드들이 이미 투자를 집행하였으나, 이번 12.8억 원 투자는 단일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금으로는 최대 규모였고, 복수의 자산운용사 투자유치를 성공한 P2P 금융사는 저희 비욘드펀드 외에 P2P 업계 3위 규모인 피플펀드, 2개사에 불과합니다. 아직 출범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비욘드펀드로서는 저희의 ABL 투자상품과 플랫폼의 안정성에 대해서 제도권 금융기관에게 인정받게 되어 무척이나 감개무량한 사건입니다. 더군다나 자산운용사의 참여를 결과적으로 허가받지 못해 1년여간의 준비 및 투쟁(?) 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한 기관투자자형 P2P 모델인 30CUT(써티컷)을 준비했었던 저희였기에 운용사 투자유치 성공에 대한 기분은 참 묘하더군요.
30CUT 불발 관련 포스팅 바로가기 : 써티컷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산운용사 :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회사입니다.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를 운용하는 분들을 ‘펀드매니저’라고 합니다.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펀드를 ‘증권사’에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사모펀드 : 최소 투자금액 1억 원, 투자인원 49인 미만으로 구성된 펀드를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라고 합니다. 우리가 은행, 증권사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펀드는 ‘공모펀드(Public Offering Fund)’라고 합니다. 공모펀드는 누구나 소액으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대상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사모펀드는 금융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투자자들만 참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투자대상이 자유롭습니다.
사모펀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사모펀드와 대체투자
“그래 너네 잘났다… 흥칫뿡”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자산운용사가 모집한 사모펀드가 P2P 투자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업계의 큰 변곡점이 될 사건이기 때문에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P2P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인 미국 P2P 시장에서도 자산운용사의 시장 참여는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일대 격변이 일어나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지요.
미국 P2P 금융시장 전체 분석 자료는 제가 능력이 없어서 구하질 못했으니, 구하기 쉬운(홈페이지에 떡하니 공시된) 미국 No.1 P2P 회사인 Lending Club 자료를 일단 좀 보겠습니다. Lending Club은 2007년부터 영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첫 해의 거래액은 $4.8M(약 50억 원)이었죠. 자산운용사(펀드)의 첫 시장 진입은 2011년, 해당 연도의 연 거래액은 $257M$(약 283억 원)이었습니다. 당해연도 전체 거래액의 19%를 펀드가 차지하였는데, 이 시점부터 Lending Club의 연 거래액 규모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매년 2~3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여 2015년에는 $8.4B(약 9240억 원), 5년 만에 거래규모가 약 32배가량 성장하였습니다. 2015년도 기준 펀드는 총거래액의 47%, 금융기관(은행 등)이 33%를 차지하였고,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어 20%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P2P 시장의 태동부터 펀드의 시장 참여까지 5년이 소요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P2P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펀드의 참여가 가능해지기까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 주관의 법제화 논의부터 Lending Club과 Prosper의 영업정지 등등 많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관련해서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고, 오늘은 펀드 얘기나 계속하도록 합시다.
자산운용사의 시장 참여가 미국 P2P 시장에서 큰 변곡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P2P 시장에 있어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P2P 시장의 판도가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미국에서 펀드가 P2P 시장에 참여하기까지 5년이 소요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시장 출범 2년 만에 자산운용사(펀드)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니 우리나라가 참 빠르긴 빠릅니다. 그렇다면 이제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인지, 짧은 식견이나마 좀 예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변화는, P2P 시장 규모의 폭발적인 성장입니다. 2016년 기준 사모펀드 운용액은 250조 원, 공모펀드는 217조 원, 도합 467조 원의 자금이 펀드로 조성되어 운용되었습니다. 당연히 이 금액이 모두 P2P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모집의 파급력 측면에서는 법령에 공인된 증권 형태로 제도권 채널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P2P 금융사의 모집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수억, 수십억을 펀드에 넣을 수 있는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수천억 단위의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 기업, 금융기관들 또한 펀드의 투자자들입니다. 지금 막 모집되어 투자를 집행한 사모펀드 자금이 1년을 무사히 버텨 투자자들에게 10%가 넘는 수익을 안겨준 이후에는 P2P 투자펀드의 모집액 규모와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P2P 금융 관련 법령 및 세제개편의 가속화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법령 발의로 P2P 금융의 법제화의 시동이 걸린 상태이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이 P2P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P2P금융’에 대한 해석을 법제처 입장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민병두 의원의 법령 발의안에서 P2P금융 플랫폼의 지위를 ‘온라인 대출중개업’으로 규정한 것은 P2P금융 플랫폼에서 여신(대출) 라이선스를 직접 부여하는 영국식 P2P 모델이 아닌, 대출은 기존에 대출 라이선스를 가진 금융기관에서 집행하고 P2P금융 플랫폼은 대출채권과 투자자 사이의 중개역할을 맡는 미국식 P2P 모델(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관리감독)을 현재 법령이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P2P 투자 시 발급받는 원리금수취권이 자본시장법 상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정의가 정해지고 나면,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P2P 투자시장 참여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세금적인 측면에서도 펀드를 통해서 P2P에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 15.4%만 부여받기 때문에, 현재 비영업대금에 대한 소득으로 27.5%가 부여되는 현행 세제도 투자자 지위에 대한 형평성 측면에서 사모펀드를 통한 P2P 투자가 가속화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리라고 예상합니다.
세 번째는 업계의 옥석 가리기입니다. 비욘드펀드의 이번 자산운용사 투자 유치 과정은 매우 험난하였습니다. 투자상품에 대한 실제 계약서 검토는 물론, 차주(대출자) 인터뷰, 신탁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 사업장 실사 방문 등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졌고, 추가적으로 P2P 금융사에 딜 소싱 능력, 심사능력이나 사후관리체계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검증은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본업이 금융투자인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절차입니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투자처를 계속 발굴해야 하는 니즈가 있기 때문에, 여러 P2P 업체들을 자연스럽게 계속 만나고 심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을 통과하고 자산운용사의 투자를 유치한 업체들은 깐깐한 금융기관 투자자의 심사를 통과하였다고 볼 수 있고, 투자상품 측면에서도 자산운용사가 투자하는 상품은 개인투자자들도 좀 더 믿고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P2P 금융업체들의 옥석 가리기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산운용사 위주의 P2P 투자시장 재편입니다. 자산운용사 및 제도권 금융기관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력은 P2P 금융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미국 Lending Club 같은 경우에도 거래액의 80% 수준이 금융기관투자자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자산운용사의 참여가 시작된 이상 이와 같은 트렌드를 따라가게 될 개연성이 매우 큽니다. 게다가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의거한 업체당 1,000만 원 투자한도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을 통한 자금조달은 계속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명의 투자자를 플랫폼으로 유입시켜서 투자까지 하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마케팅적 노력과 리소스가 투입되는 일인데, 업체 입장에서는 투자한도 때문에 계속적으로 신규 투자자를 유입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습니다. 상품당 몇십억 규모의 투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투자상품의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더욱 좋은 투자상품을 소싱할 수 있고, 더군다나 좋은 투자상품과 자산운용사를 통한 검증은 어떤 마케팅 활동보다도 강력한 개인투자자 유입 동기 요소가 될 것입니다. 자산운용사 투자유치를 통해 이러한 선순환 흐름에 올라탄 업체가 향후 P2P 금융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게 될 개연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두 해 동안 격변의 시간을 통해 우리나라 P2P 금융시장이 성장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투자수익을 거두기도 하였고, 부실한 투자상품으로 인해 마음고생하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P2P금융시장이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대출자는 합리적인 이율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누구나 소액으로 1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러한 P2P 금융시장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자산운용사의 P2P 시장 참여가 우리나라 P2P 시장이 더욱 건강하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으며 이번 포스팅을 마칩니다.
그럼, 짜이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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