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강조하는 당신이 정직원이 되지 못하는 이유
왜 정직원이 되지 못했고, 앞으로 어떤 회사를 선택해야 할지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욘드스페이스 김민수 매니저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이 인턴에서 정직원이 되지 못한채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정직원이 되지 못했고, 앞으로 어떤 회사를 선택해야 할지 저의 경험에 비춰 알려드립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 1학기 3개월동안 (주)삼천리자전거 디자인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4명의 인턴중에 유일하게 정직원이 되지 못했고, 당시 디자인팀 팀장님의 소견은 제가 '디자인팀의 인재상과 맞지 않다'였습니다. 저는 4명의 인턴중에 사이클 레이스에 출전하는 유일한 자전거 마니아였고, 대학의 학력도 학점도 뒤처지지 않았는데 저는 왜 정직원이 되지 못했을까요? 삼천리 자전거 디자인팀의 인재상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위해서는 삼천리자전거가 어떤 회사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1940년대 부터 꾸준히 생활용 자전거를 대중에게 공급하고 2005년 까지는 경영이 어려웠지만 이후 이명박 정부때 전국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건설되면서 호황기를 맞이합니다. 즉 삼천리 자전거는 혁신보다는 시대흐름에 편승하여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기업이죠. 대략 느낌이 오시죠?
정직원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저는 인턴 기간중에 진행된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혁신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어린이 자전거에 부착될 전자혼을 개발하더라도, 기존의 소리와 불빛이 나는 혼이 아닌, 비눗방울이 나오고, 물총 기능이 있는 기존에 없는 전자혼을 제안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때도 재미있고 참신하다는 평이였으나, 결론은 생산이 불가능하다 였습니다.
자전거 데칼을 디자인하더라도 평범한 스티커 형식의 데칼이 아닌, 입체적인 로고를 제안하고 대량 생산이 어려운 형식을 제안했습니다. 모든 프로젝트마다 이런식으로 기존의 공정에선 만들 수 없는 난해한 제안만 하니 삼천리자전거의 분위기와 회사 운영 방식과는 전혀 맞지 않았죠.
이 글을 쓰며 다시 작업물을 보니 제가 한참 엇나가긴 했네요ㅋㅋㅋ인턴 당시, 제 나름대로의 정직원이 되기 위한 전략은 있었습니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삼천리자전거의 새로운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삼천리자전거에겐 그런 혁신이 필요없었습니다. 작년에 출시한 제품과 비슷한 데칼을 디자인 해줄 작업자가 필요했던 겁니다. 제가 생각했던 과감한 디자인과 혁신은 인턴의 몫이 아니라 휠씬 더 윗급이 고민해야 할 일이었죠. (여전히 삼천리자전거는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진 않습니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지 않는 삼천리자전거를 비난하는것이 아니라, 삼천리자전거는 원래 혁신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닌것이죠. 그런 회사에 들어가서 저는 혁신을 외쳤으니 당연히 함께 일할 수가 없는겁니다.(사실 눈치가 없는거지)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인턴을 지원하고 있고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꼭 당신의 아이디어를 받아줄 수 있는 회사를 택하세요. (근데 아마 없을 겁니다.ㅋㅋㅋ 솔직히 인턴은 시키는 일만 무난하게 처리하는게...이미 꼰대 마인드가 되어버린....)
현실적으로, 한국의 수많은 기업중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인턴을 받아줄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요? 인턴이면 그냥 시키는 일을 그저 무난하게 처리 해야하는 걸까요? 새로운 시도를 하면 안되는 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체 매출의10%는 혁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년부터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시도함으로써 회사 내부, 외부적으로 회사와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 시킬 수 있고 그 시도가 매출로 이어지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회사, 팀, 개인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꿔 줄 것 입니다. 만약 이런 회사가 있고 당신이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당당하게 지원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문구로 글을 마칩니다.
life is incredible adventure or nothing at all
인생은 엄청난 모험이거나 또는 아무것도 아니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