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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욘드스페이스 Aug 07. 2019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예외와 메뉴얼

인터스텔라 이 후 최고의 영화였다. 나, 너, 우리, 이웃, 친구, 가족, 커뮤니티, 학교, 회사, 국가 속에서 나름 합리적인 공평함을 위한 시스템과 메뉴얼이 결국 예외적인 사람 한명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댄은 인터넷을 못하는 예외적인 인물이다. 단지 상대적으로 인터넷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다. 그는 단지 본인을 고객, 노동자, 구직자 그리고 개가 아닌 다니엘 블레이크 라는 한 사람으로써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는 그를 무언가로 정의하려고 한다. 인터넷을 못하는 사람, 심장병을 앓는 환자, 구직자, 국가보조금을 신청한 고객으로. 그리고 사회가 정해놓은 메뉴얼에서 벗어난 댄을 케어할 수 없다. 할 수 있다고 해도 그를 도와줄 수 없다. 메뉴얼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집단을 이끄는 리더라면 댄이 못마땅 할 것이고, 집단 속의 구성원이라면 댄에게 공감할 것이다. 누구나 양쪽 입장에 언제든 마주할 수 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댄의 입장이 너무 공감이 되면서도 그 반대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아마도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느 한쪽의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니엘 블레이크 라는 사람이 겪는 상황을 알아주기만을 바랬을 것만 같다. 그리고 음악과 희극적 연출없이 덤덤한 화면은 마치 역설법처럼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며 보는내내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더 슬픈사실은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있다 해도 모든 사람을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는 것이다. 항상 예외와 낙오자는 생길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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