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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온뒤하늘 Jul 10. 2022

B와 D 사이에 C? (feat. 인생게임)

사르트르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BDC에 대해 


"인생은 B와 D 사이에 C다."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 사르트르는 말했다고 하는데, 미안하지만 헛소리다. 사르트르는 프랑스 사람이다. B(irth)와 D(eath)가 탄생과 죽음을 의미하는 건 영어에서나 그렇다. 아마 미국 철학자 누군가, 혹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문장 정도였겠지. 


대략 이런 느낌적인 느낌...


    사르트르는 말하지 않았지만, 문장은 꽤나 일리가 있다. 우리는 태어나고, 죽어가는 사이 하는 수많은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다. 허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때로 해야만 하는 수 억의 선택들 사이 존재하는 다른 부분들이 있다. 막 떠오르는 대로 한번 정리해보자.



Counterpart (상대)

    세상에는 나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언제나 어디에나 '상대'가 존재한다. 상대는 자기 나름대로 선택하기도 하고, 내 영역에 간섭하기도 하며 공존한다. 가장 큰 방해가 되기도, 도움이 되기도 하는 변수로 존재하는 '타인'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Companion (동반자)

    수많은 타자들 중 나와 함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친구, 가족, 연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내가 무너질 때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선택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내 편'들이 있다. '타인'들 사이 '동반자'는 누구인가를 분별하는 힘은 삶의 질을 결정한다. 



Community (공동체)

    나와 타인들이 함께 모여 또 하나의 존재를 구성한다. 회사, 조직, 모임, 여러 형태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공동체라고 부른다. 공동체는 매우 흥미롭다. 마치 하나의 사람처럼, 고유의 성질과 패턴, 인식을 갖게 되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지지만, 꼭 모인 사람들의 종합은 아니다. 말하자면 산소와 수소가 만났을 때 물을 만들듯, 단순히 섞이는 것 이상의 화학작용이 일어나 만드는 화합물 Compound이다. 



Context (맥락)

    사람 외에도 우리 삶에는 맥락이 있다. 과거에 살아온 방식, 중요했던 경험, 살고 있는 도시나 기후, 문화권에 따른 기본 상식, 매너와 예절 등에 따라 삶의 궤도가 꽤나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는 맥락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Choice (선택)

    사람, 공동체, 맥락은 우리를 둘러싸는 환경이라면, 그 안에서 내 마음대로,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부터 시작해 전공이나 대학, 진로를 결정하는 것까지 우리는 위의 4C를 고려하며 선택하게 된다. 

    반복하지만, 선택은 유일하게 우리의 영역이다. 누구도 관여할 수 없고,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물론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의 말을 듣고 선택을 내릴 수야 있지만, 그 선택으로 파생되는 수많은 부작용과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그들이 대신 질 수는 없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것. 그것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성질이다.


    그렇기에, 모든 맥락이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고 말하고, 공동체와 동반자들은 대학을 포기하면 어리석은 일이라 해도, 나는 대학을 가지 않고 밴드를 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 그들의 말을 들어 하버드나 서울대에 갔다가 우울증이 온다고 대신 힘들어 줄 사람도 없으니까. 




    세상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 각자 자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상호작용한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공동체의 규칙이나 약속을 만들어간다. 여러 사람들(Player)이 주어진 규칙(Rules) 안에서 각자의 논리와 방식에 따라(Strategy) 선택(Choice)을 하며 원하는 결과(Payoff)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우리는 게임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인생은 게임이다. 게임 기반으로 삶을 해석할 때, 우리의 오늘도 꽤나 흥미로워질 수 있다. 내가 속한 사회, 공동체, 맥락은 무엇이고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스스로 관찰하고 인지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인생을 즐길 준비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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