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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 Dec 13. 2023

수많은 반짝이들에게

'Leo the Late Bloomer'

  다른 기관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이 많으셨던 반짝이 어머님의 고백으로 영어그림책 모임에서 같은 마음으로 반짝이를 응원하는 시기였다. 그림책 모임 초반이었는데 마음을 열고 나눠주셔서 뭉클하기도 했다. 반짝이와 어머님을 생각하며 떠올랐던 책은 Robert Kraus의 Leo the Late Bloomer였다. 표지에서 보이는 Leo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화풍은 아니라 처음에는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다. 보석 같은 내용을 알게 된 후, 그림이 사랑스럽게 보였던 특별한 책이다. 말과 표현이 또래에 비해 느리다고 생각하셨던 반짝이 어머님과 아이가 가진 고유함을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기에 꽃 피우게 하고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Leo는 책 읽기, 글쓰기, 그리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주변에서 말해주지 않아도 그림에서 보이는 Leo의 눈빛은 스스로 아는 듯 주눅 들고 자신 없는 표정이다. 먹을 때도 깔끔하게 먹지 못하고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이런 Leo를 느리다며 걱정하는 Leo의 아빠와 달리 Leo의 엄마는 “Leo is just a late bloomer.” 그저 늦게 피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후로 불안과 걱정의 시선을 담은 아빠와 달리 아이의 시간을 믿고 포근히 기다려주는 엄마의 말대로 자신만의 시간에 활짝 꽃 피운다. Then one day, in his own good time, Leo bloomed!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느리다고 할 수 있지만, Leo의 시간에서는 자신만의 가장 좋은 때에 읽고, 쓰고, 그리고 깔끔하게 먹으며 문장으로 발화한다. 자신감과 만족감이 느껴지는 미소로 두 팔을 펴고 외친다. “I made it”(해냈어요.)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각각의 장면에서 아이들이 태어난 것만으로 감격했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건강하기만 해도 감사했던 시절, 옹알이와 걸음마만으로도 온 가족이 탄성을 질렀던 때를 돌이켜본다.


  덧붙여 아이만이 가진 장점을 이야기 나눠보았다. 낯가림이 없고 붙임성이 좋은 아이, 문자 인지가 빨라 글자를 써내는 아이, 친구를 살펴보고 도움을 주려는 아이, 글자보다는 그림으로 자신 있게 생각을 표현해 내는 아이, 집중력 있게 이야기에 빠져 잠자리 독서를 즐기는 아이, 흥이 많아 노래만 들리면 온몸으로 행복을 전하는 아이, 곤충만 보이면 주저앉아 관찰하는 아이, 엄마의 감정을 읽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아이, 동네 뒷산이지만 정상까지 칭얼 대지 않고 씩씩하게 올라가는 아이. 이렇게 장점을 떠올리고 나누며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반짝이를 엄마, 이모의 마음으로 함께 응원한다.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표정을 살피며 웃음 짓는 반짝이를 함께 지켜주기로 한다. 말로 표현하라고 답답해하거나 재촉하지 않기.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기. 반짝이가 가진 장점을 먼저 보고 칭찬해 주기. 반짝이를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할 마음을 나눈다. 각 가정에서도 우리의 반짝이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대해보자 다짐해 본다. Leo처럼 반짝이만의 시간에 아름답게 피어날 것을 기대하며 모임을 마무리했다.


  모두가 가진 자신만의 시기(in one's own good time) 아이들이 자란 지금도 잊지 말아야  인생 표현이다. 손에 힘이 생겨 연필을 바르게 잡고 글씨를 또박또박 쓰게 되는 시기, 친구가 다녀서가 아닌 피아노 건반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다 표현하는 시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종이를 꺼내 그리고  그리는 시기, 차고 넘치게 들어 영어 표현과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시기, 언제 잘하려나 부모가 숨어 관찰하지 않아도 아이만의 가장 좋은 때에 활짝 피어낸다.


  40대인 나에게도 활짝 펼쳐내는 시기는 다가온다.  튀지 않으려 애쓰며 움츠려 들거나 멋들어지게 보이려 꾸미지 않아도 되는 인생의 시간, 나의 단점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시간,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편안하게 보여주는 시기, 불편한 관계는 놓아버리는 용기, 대단한 성과 없는 삶이어도 하루하루 만족하며 조금씩 편안하게 피어가는 내 모습을 알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때에 소박하게 혹은 화려하게 각자 피어나는 시기가 있다. 태어난 것만으로 온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던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반짝이일 테니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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