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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시스 Ohasis Aug 16. 2023

열네 살 강아지와 살아가는 일상

강아지와 같이 큰 막내

우리 아가, 대외적으론 예쁘다고 말하지만 내부에선 늘 전쟁 중이다. 나이가 열넷 할아부지라 그런지 부쩍 짜증이 많아졌다. 산책을 잘 다녀와서는 드라이기 바람이 싫다고 그렇게 으르렁댄다. 분에 못 이겨 물기도 한다. 하도 많이 물려서 아프지도 않다. 물면서도 세기를 조절하는지 피가 난 적은 없다. 안 말리면 발에 습진이 생기는데 어떡하니. 싫어하는 애를 붙잡고 싫어하는 짓을 하는 것도 고역이다. 으르렁거리는 걸 달래고, 혼내보기도 하고, 기다려보기도 하다가 둘 다 지치기 전에 최대한 어르고 달랜다. 말도 못 하는 네가 얼마나 답답하겠니, 생각하다가 너무 내 방식대로 끼워 맞추는 것 같아 문장을 수정했다. 너의 언어를 내가 못해서 미안해. 최대한 알아들어볼게. 내 말만 알아들어주기를 바라서 미안해. 너는 이렇게 싫다고 강하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네 눈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아는데. 내가 아직 어려서 결국에 내 감정만 앞섰나 봐. 육아를 하며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만 같다는 부모들의 얘기가 이런 맥락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맹수처럼 으르렁댈 땐 언제고 간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서 꼬리를 살랑대며 온다. 너를 보며 나는 세상 모든 슬픔을 잊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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