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잘하는 것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재주는 없었다. 하물며 학창 시절, 가정-기계 수업 때 숙제 였던 천 가방 만들기 혹은 제도 그림 그리기 따위는 손재주가 많은 나의 언니가 도맡아 해 주곤 했다. 밴쿠버에 근 7년 간 살아보니, 가장 부러운 게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향초 및 비누를 브랜드화하여 판매한다거나, 직접 자신의 옷이나 주얼리를 제작, 판매하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나도 나만의 독창적인 패션 브랜드를 탄생시켜 창업 신화를 이뤄내고 싶은 마음은 꿈만 같을 뿐, 갈 길은 멀어만 보인다.
평소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겐 야박한 나는, 이에 대해 끊임 없이 나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내가 가지지 못한,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부러워하면서.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을 배워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피아노 대신 태권도를 배우는 게 좋았고, 바느질 실력은 발가락으로 한 마냥 삐뚤빼뚤하며, 학창 시절에 제일 싫었던 게 미술 시간이었던 내가 어디로 가겠나. 결국 나는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 회의감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부정적인 사고로 가득한 나날들을 이어가던 중, 나는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자각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남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못하는 것들'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한 순간 문득,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며 자신만만하고 의기양양하게 떠벌리고 다니던 불과 몇 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치기였는지는 몰라도, 내가 해 온 선택을 옳다고 믿으면서 살아왔던 그 당시의 나를 기억해 낸 것은 다행스럽게도 삶의 위로가 됨과 동시에 안정감과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단편 영화를 만들어 본 후, 영화 편집에 맛을 들인 나는 전공을 신문 방송 학과로 바꾸기로 결심했고, 그 후 방송, 영화, 광고, 연극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 그리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수입이 있을 수 있는 직업'으로써 패션을 택했다. 이런 일련의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선택한 커리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업무를 배워가며 전문성을 키워가는 것이 재미있을 뿐더러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었고, 나아가 이 방면의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쌓을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잘 해 온 것'을 중심으로 내가 밟아 온 인생의 단계들을 되짚어 보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공고히 잡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는 삶을 살아가면서 꾸준히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이다. 하루 하루를 만들어나가는 습관이 중요한 이 시기, 남과 비교하여 내가 못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면, 자아가 위축되고 잘 할 수 있는 일도 못하게 되어 버린다.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 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그래야 더 행복하고 발전적인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