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맞이하며
2018년이 어느새 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다음 해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이어리를 썼었다. 어린 시절의 집착이었을지도 모르는 이 습관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짤막하게라도 기록으로 남아 내가 '허투루 살지 않았구나' 하는 위안을 주곤 했다. 캐나다에 오고 난 후 몇 년이 지나보니 어느샌가부터 다이어리를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기도 했지만,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무언가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조금씩 놓으며 시간과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여유롭고 편안하게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이어리는 늘 "이번 해도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시작되곤 했다. 디지털로 옮겨 온 기록의 공간인 이 곳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할 수 있을 만한 2017년의 마무리는 아마도... "오르락 내리락은 심했지만, 흥미진진했던 한 해였다."라고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일곱 번의 면접을 통해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을 보란 듯이 때려치웠고,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이 편도로 한국행을 결심했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으며, 그들과 함께 처음으로 서핑에 도전해보았고, 서울 패션위크에 참가하여 많은 영감을 얻고 캐나다로 다시 돌아와 창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2017년은 내려놓음으로써 얻는 심적인 안정과 주위에 존재하는 소소하고 자그마한 행복의 가치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은 해였노라고 남겨놓으리라.
2018년에는 다시 다이어리를 써 볼까 한다. 한국에서 사 온 문구들이 집 안 가득 쌓여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건만, 그들에게 쌓이는 것은 기록이 아닌 먼지뿐인 지금. 그들이 빛을 발할 수 있게 하루하루를 기록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모쪼록 단단히 가져 본다. 매 해 초마다 피상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살기를 기원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 해만큼은 좀 더 다부지게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이 마음속에 아지랑이처럼 깃든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쉰 탓에 엉망진창이 된 재정 상태를 다시 정상화시키고, 크래프트 맥주 맛에 홀려 이것저것 맛보느라 정신이 팔려 몸 돌보기를 소홀한 주인장의 뱃살을 줄이는 동시에,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요리를 해 먹음으로써 한 번 외식할 때마다 소중함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2018년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얕고 넓게 퍼뜨려놓은 '사람 망'을 거두고, 좀 더 의미 깊고 진실된 관계를 맺음으로써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모든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비록 이러한 다짐들이 삼 일 후 물거품처럼 사라지더라도, 이 곳에 남겨놓음으로써 2018년을 돌아봤을 때 내가 얼마만큼 성숙했고, 발전했는가를 알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