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YUNIQUE
Mar 01. 2023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는데
앱 디자인이 구려져서(!)
내가 써놓은 글을 보기 힘들어졌더라고.
어찌어찌해서 지난 글을 되돌아보는데,
2021년 12월에 쓴 글이 마지막이더라?
그 해를 돌아보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브런치에 글을 쓰겠노라 다짐했거늘...
벌써 2023년의 1-2월이 가고 3월이 왔어.
늘 습관처럼 말하는 거지만 시간 참 빨라, 그치?
어제 너랑 통화를 하고 나니
기분이 훨 좋아졌어.
역시 너는 나의 비타민이지.
가족을 제외하고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오랫동안 알아 온 네가
나라는 존재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때마다
'내가 인생을 헛살아온 건 아니구나'하고 안심이 되곤 해.
그래도 여전히 해외살이에서 오는 외로움은 존재하지만 말이야.
어제는 알람이 없이도 새벽 5시 17분에
말끔하게 눈이 떠지더라?
그렇게 열심히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오늘 새벽 2시 44분에도 아직 깨어있는 건
너와 나눈 대화에서 느낀 여운이 많이 남아서인가 봐.
일찍 일어나는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
새로 구한 직장에서 일어난 텃세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내 모습이 듣기 싫었을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일이 내 인생 영화의 한 장면이 되어주는 거라고,
이렇게 난 또 내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해주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원하는 대로 주체적으로 끌어가려고 노력해오고 있지만
가끔은 너무 힘에 벅차서 몸을 움직일 에너지가 없을 때도 있어.
밴쿠버의 우중충한 날씨 덕분(!)에 얻은 계절성 우울증인지
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 얻게 된 번아웃 증후군의 연속인지
계속 내 어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찾아보게 되고...
그러니 여기저기 더 아픈 거 같고...
비록 이런 나날들도 부지기수지만
포기하지 않고 뭔가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어.
네가 늘 말하듯, 나 자신에게 크레딧을 주는 걸 못 견디고,
가학적일 만큼 나를 몰아붙이고 채찍질하며 단련해 온 나지만,
이렇게라도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연습을 해 보는 중이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없애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네가 잊지 않고 얘기해 준, 내가 살아온 흔적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우리가 쌓아온 삶의 "짬빠"가 있으니까.
하루 쉰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니까.
나에게 '쉼'을 허용해 주기로 했어. 잘했지?
이렇게 조금씩이라고 발을 내딛다 보면,
어딘가 닿아있지 않을까 하는
고무적인 희망이 생기는 걸 보니
봄이 벌써 다가온 걸까?
요 근래 밴쿠버에는 때 아닌 폭설이 내렸는데,
포근한 날씨에 미국에서 만나
푸근한 허그를 나눈 후 함께
커피 마실을 나갈 때를 기약할게.
곧 보게 될 날을 고대하며.
2023년 3월 1일
- 너의 베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