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로 떠난 크루즈 여행
여운이 짙게 남는,
깊은 함의를 내포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영화 '버킷 리스트 (Bucket List)'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게다.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환자
둘이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던 행복한
모습이 여전히 뇌리에 생생하다.
나의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보기 시작한 것은,
그 영화를 보고 난 바로 다음부터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우리 인생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경험하고,
덜 후회하는 선택들을
하기 위해서다.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은
여행지들을 방문할 때면,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 마저 깃든다.
이 세상에 없다면,
올 수 없었던 곳이기에.
오랜 시간 동안
죽기 전에 와야 할 여행지로
나만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 있던
하롱베이(Halong Bay)로가는 배 안에서,
또 한 번, 이토록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삶에 감사했다.
하노이에서 차로
네 시간을 꼬박 달려
도착한 하롱베이로의
여정은 투어를 하러 온
전 세계의 사람들과
어색하게 어우러진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각자가 사는 나라와
여행하는 일정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신선한 해산물로
배를 채우고 나니,
희미한 안개 속을 뚫고
다시 볼 수 없는 광경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났다.
다신 오지 않을 사람처럼
무수한 사진을 남기고서,
물을 무서워 하는
공포증을 극복하고
카약킹을 시도했다.
물에 빠질까 두렵기도
했지만 경험을 못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 산
카메라를 들고
카약킹을 시도한 후,
저질스러운 체력을 끌고
가파른 길로 하이킹을 해야 했던
빡빡한 여정도 전혀 짜증스럽지 않았다.
자연으로의 회귀를 통해
주위의 아름다움을
더욱 감사하게 한
순간들은
영원히
기억
될
것
이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