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영어 공부법
처음 알파벳을 배운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영어 열풍'이 거세지 않았기에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영어가 정식 과목으로 채택된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금전 감각이 타고났던 나는, 굳이 영어 학원에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서 너 살이 많은 언니의 영어 학습 교재를 통해 알파벳의 소리를 익히기 위해 백짓장에 알파벳 A부터 Z까지를 한글 자모음과 대조시켜 배치시키곤 했다. 예를 들면, 알파벳 G는 'ㄱ' 혹은 'ㅈ', K는 'ㅋ', I'는 'ㅏㅣ'로 표기하는 방식을 통해 알파벳을 암기해 나간 것이다.
알파벳을 홀로 독학하는 기쁨도 잠시, 곧 중고등학교의 정규 과목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영어에 대한 관심은 줄어만 갔다. 단기적으로,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주입식 영어에 재미를 느낄리가 만무하겠는가. 오로지 대학 진학만을 위한,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영어 듣기와 독해, 그리고 단어 암기를 반복하다보니, 수능이 끝나니 가장 빨리 잊혀지는 것들이 바로 시험을 위해 암기했던 것들이었다
대학 진학 후 2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호주 멜버른으로 한 달 간 단기 연수를 가게 되었고, 그 때의 영어 실력은 참으로 형편없었다.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영어 공부에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시험을 위해 외웠던 단어 및 문장 구조의 해독 방법 따위는 모두 머릿 속에서 잊혀진 후였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 대학교에 도착하여 영어 실력에 따른 차등 분반을 하기 위한 테스트를 개발새발로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실력으로 봐서는 영어 하급반에 배정되었어야 했던 나는, 학교 측의 실수로 인해 얼떨떨하게도 영어 전공자가 많은 중급반에 배정을 받았다. 짧은 영어 문장 하나 제대로 구사할 줄 못했던 나는 온갖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를 써가며 수업에 참여해야만 했다. 그 때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고 위축되었더라면, 지금도 영어를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험을 보기 위한 영어로써의 접근이 아닌, 대화와 의사소통으로 보는 순간, 나는 더욱 더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런 열망에 부푼 채 나름 영어를 잘하게 된 것 같은 뿌듯함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재미 삼아 들러 본 '캐나다 유학 박람회'의 어느 대학의 상담사를 통해 얼마나 내 영어 실력이 형편없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그의 유창함과 발음은 내 영어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으로 만들어버렸고, 나는 이를 악물고 캐나다 밴쿠버의 한 커뮤니티 대학에서 ESL(English as Second Language) 3개월에 세일즈 & 마케팅을 6개월 동안 공부하는 과정을 밟음으로 해서 이 사람의 콧대를 꺾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오게 된 밴쿠버와 빅토리아의 생활 동안, 나는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영어를 최대한 마스터해내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ESL 수업을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Grammar In Use 책을 독학하며 항상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 훈련을 반복했으며, 영어로 된 드라마와 뉴스를 시청하고, 한국 사람들과 대화하더라도 영어만 사용했다. 그런 혹독한 훈련을 통해, 영어의 기초와 뼈대를 제대로 세울 수 있었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8주짜리 수업을 받으며 발음 교정을 계속 해 나가는 동시에,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과 랭귀지 익스체인지를 하며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나가는 등 꾸준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영어 사용을 습관화하는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일상 생활의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영어로 읽고,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중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 문법이나 단어들이 모두 쓸모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어를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수단으로 보면, 전 세계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재미를 느끼며 더욱 능동적으로 배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