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반드시 들러야만 했던 편집샵
지난 가을, 캐나다 달러가 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탓에 쇼핑은 거의 포기한 상태로 뉴욕에 도착했다. 하지만 눈요기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소호와 리틀 이태리에 있는 여러 상점들을 구경한 뒤, Jack's Wife Freda에서 아보카도를 얹은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수박주스를 시켜 (너무 비싸서) 눈물나게 맛있게 먹고선, Citi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도버 스트릿 마켓 (Dover Street Market)으로 향했다.
콤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저명한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보(Rei Kawakubo)'와 그의 남편 '애드리안 조프(Adrian Joffe)'가 런던의 '도버 스트릿'에 설립한 후 일본 긴자, 뉴욕, 베이징 및 싱가포르까지 확장한 '도버 스트릿 마켓'은 패션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꼭 방문해 볼 곳으로 추천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편집샵이다.
번잡한 상점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홀로 우뚝 자리잡은 뉴욕의 도버 스트릿 마켓은 마치 옷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웅장한 건물 안을 빼꼼히 들어서자 마자 개성있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뽐내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제일 꼭대기에 위치한 6층부터 한 층 한 층 훑어내려 가는 재미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6층까지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의 초속이 미래로 여행하는 느낌을 선사해주는 듯한 꿈만 같은 찰나, 6층에 도달했다는 엘리베이터의 신호음과 함께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처럼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화려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구찌(Gucci)의 신상 컬렉션이 눈 앞에 펼쳐졌다.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는 동시에 그에 걸맞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엿보는 짜릿함이 자연스레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아래에는 로에베(Loew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자신만의 개성 강한 컬렉션을 고수하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이자 영국에 기반을 잡고 있는 디자이너, J. W. Anderson의 컬렉션을 엿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핑크색 미끄럼틀이 단연 눈에 띄었다.
언더커버(Undercover) 등의 일본 디자이너 이외에도 톰브라운(Thom Browne),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 수프림(Supreme), 베트멍(Vetements) 등 잘 나가는 디자이너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 패션계의 흐름과 동향을 읽을 수 있는 도버 스트릿 마켓은 패션을 공부하는 사람 혹은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단연 귀감이 될 만한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런던에 기반을 잡고 있는 시몬 로샤(Simone Rocha)의 컬렉션 역시 다른 백화점에서 전시, 판매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패션쇼 후 준비된 디자이너의 쇼룸을 구경하는 기분마저 들 정도로, 시몬 로샤의 컬렉션의 방향성을 엿 볼 수 있는 바잉과 디스플레이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콤데가르송의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보가 설립한 편집샵 답게, 콤데가르송의 모든 브랜드들이 총망라되어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기대한 것 보다 훨씬 멋지고, 각 브랜드에 맞는 컨셉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콤데가르송의 메인 컬렉션 라인은 물론이고, 위 사진에서 보여지는 '콤데가르송 걸(Comme des Garçons Girl)' 라인과 1층에 들어서자 마자 볼 수 있는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의 컬렉션 역시 최적의 머천다이징을 통해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뉴욕 지점이 아니더라도)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들러보기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뉴욕 지점) 위치: 160 Lexington Ave.
웹사이트: doverstreetmark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