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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Apr 22. 2017

[밴쿠버] 햇살 좋은 날, 파리의 노천까페를 거닐 듯

밴쿠버에서 가장 애정하는 프랑스 식당, Au Comp toir


정~~~~~~~~~~~말 오랜만에 밴쿠버에서 창창한 푸른 하늘과 따뜻한 봄 햇볕이 쨍쨍한 하루를 맞이했다. 지난 3월에 햇빛이 비춘 시간이 불과 72시간 (고작 3일) 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는 1951년 이후의 기록을 깨는 역사상 가장 우울한 춘삼월이었고 그간 4월의 날씨 역시 별반 다르진 않았던 터라 푸른 하늘과 쨍한 햇살을 보는 반가움은 더욱이 컸다.



 겨울내 게을러터진 몸뚱아리가 겨울잠에서 살포시 깨어나듯, 나는 수 개월 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던 자전거를 꺼내어 야외로 광합성을 시켜주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외면해 왔던 자전거는 나에게 왜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느냐며 불평하듯 먼지로 가득했고, 타이어는 바짝 말라있었다. 집에서 몇 블럭 떨어져 있지 않은 친절한 아저씨 '스티브'가 운영하는 자전거 수리집에 들러, 맛이 간(?) 자전거를 금세 손을 본 후, 근처의 카페에서 달콤한 아이스 라테를 한 잔 걸치고 키칠라노(Kitsilano) 해변 근처로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튜닝의 효과를 실감하며 열심히 페달을 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밴쿠버의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커피숍 및 식당들이 모여있는 구역인 키칠라노의 4th Avenue에 도착했다. 간만에 몸을 과하게 움직인 탓인지, 커피가 채워준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허기가 몰려왔다. 나는 몇 초의 고민도 없이,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프랑스 레스토랑인 오 꼼뚜와(Au Comptoir)로 발길을 옮겼다.




복잡한 거리인 4번가의 구석진 곳에 자전거를 잠궈놓고, 마치 파리의 노천 카페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프랑스 식의 의자를 정렬해 놓은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Bonjour! 하며 가볍게 인사를 건낸 서버가 나를 자리로 안내해 주... 지 않고 앉고 싶은 데를 골라서 마음 대로 앉으라는 성의(?)를 성심껏 베풀었다. 이 식당이 최고급의 프랑스 식 요리 전문점이라면 불평할 만도 했겠지만, 햇살 좋은 날 캐주얼하게 마음 편히 노닥거릴 수 있는 편안함이 더욱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다.





창가에 앉아 있던 커플들이 나가는 찰나를 목격한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세라 싶어 얼른 서버에게 공손하게 창가 자리로 앉겠다고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그리고 재빠르게 전 손님이 남긴 흔적들을 지워주었다.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빛이 스며들어 사진 찍을 때 용이하다는 점 이외에도 사람 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낯을 비춘 햇빛이 반가운 건 나 뿐이 아닌 듯, 밴쿠버 사람들도 한껏 반팔을 꺼내 입고 선글라스로 멋을 낸 모습이었다.





메뉴를 볼 것도 없이, 내가 이 곳에 오면 항상 시키는 Croque-madame (크로크-마담: Gyuyere 치즈와 햄, 그리고 sunnyside up, 즉 노른자가 터지지 않고 위로 올라와 있는 계란 후라이를 얹은 샌드위치)을 주문했다. 주문을 넣은 지 20여 분 쯤 지났을까,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식당 내부의 사진을 찍고서 사람 구경에 한참 빠져있을 찰나, Voilà! 하고 내 앞에 쌉싸름함과 떫음을 겸비한 샐러드와 프렌치 프라이를 곁들인 크로크 마담 샌드위치가 나타났다.





평소 잘 사 먹을 줄만 알고 직접하는 요리에는 맹탕인 나는 '도대체 어떻게 후라이를 하면 이렇게 완벽한 계란 노른자가 나올 수 있지?' 하는 궁금증과 놀라움을 안고 (사진을 연사로 파파파파팍 찍어 댄 후) 바로 식사에 돌입했다.



아, 노른자여,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브런치, 점심, 저녁까지 운영하는 프랑스 레스토랑에 디저트가 빠질 소냐. 하지만 생각보다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인지 위가 축소된 것인지 점심을 다 클리어 하지 못한 탓에 후식은 아쉽지만 눈으로 맛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캐비닛 속에 영롱하게 빛나는 이 아이들을 뒤로 하고 해변으로 가려니 이들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아른 거렸으나, 다음에 다시 오기 위한 변명 거리로 삼기 좋으리라.





오늘처럼 따사로운 햇살 좋은 날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 파리의 노천 카페 못지 않은 밴쿠버의 프랑스 식당. 밴쿠버에 오면 반드시 들러 볼 것!



웹사이트: aucomptoir.ca

위치: 2278 W. 4th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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