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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Jul 21. 2017

[일본] 비 오는 날에 깃든 고베의 추억

기대하지 않은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인터넷 검색을 너무나도 잘하는 친구가 믿기지 않는 가격의 저렴한 오사카 행 티켓을 발견한 덕택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기도 전 일본 행이 결정되었다. 우연하게도 같은 3월 달에 일을 그만 두게 된 친구와 나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에 7박 8일이라는 일정으로 고베, 오사카 그리고 쿄토를 둘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으로 동경을 다녀온 것이 2007년이었으니 벌써 일본을 간 지도 십 년이 흘렀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 것도 잠시, 처음으로 일본에 가 보는 친구와 함께 부푼 마음으로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편에 몸을 실었다. 보통은 간사이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산노미야 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페리를 타고 고베로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중간 중간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는 바람에 생각보다 늦게 시내로 도착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호텔보다 좋은 에어비앤비(광고 아님)를 잡은 덕에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고베라고는 소고기로 유명한 곳이라는 것 밖에 몰랐던 내게 미안함이라도 느끼게 하려는 듯, 이 생소한 도시는 아기자기한 추억들을 많이 선사해주었다. 일 분 일 초가 아까워 잠이 들기 아쉬웠던 첫날 밤, 우연히 숙소 근처에서 찾은 커플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와인 바에서 마신 칵테일 한 잔과 사케들, 그리고 우리가 짧은 일본어로 나눈 대화들, 그리고 그들이 베푼 친절함은 가슴 깊숙히 우리만의 추억으로 자리잡았다.



다음 날, 그들이 추천해 준 일본식 계란말이를 먹겠다고 20분 여를 걸어가면서 본, 비가 내리는 고베에서의 시원하고도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스쳐 지나갔던 같은 동네 구석구석의 모습(예를 들어 그 와인바에서 읽은 일본 브랜드 Beams가 발간한 '고베 가이드 북'에서 본 컨버스만 평생 수집해 온 아저씨라던지, 고베에서 가장 큰 절에서 부지런히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스님들 등...)은 나도 모르는 새 하나하나 고스란히 카메라 안에 담겼다.



물론 고베에서 가장 유명한 고베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 여행을 통틀어 가장 비쌌고, 그만큼 맛있었다. 마감 시간을 훌쩍 넘어 도착한 탓에 관광 명소 및 가이드 북에 나오는 유명 식당이 아닌, 우리만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더욱 각별하기도 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베규의 부드러움도 잊지 못하겠지만 고베 숙소에서 나온 우리에게 친절하게 당고(달달하게 절인 떡)를 사주신 재일 교포 할머니 역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추억의 일환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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