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교토를 마주하다
길을 걷다 중간 중간에 자주 멈춰선다. 길가에 심드렁히 핀 꽃, 무엇인가 자기 일에 몰두한 사람들, 무심하게 지나쳐 가는 골목의 풍경들을 지나칠 때 마다 그 순간의 찰나에 맥 없이 사로잡혀 버린달까. 항상 분신처럼 지니고 있는 카메라에 그 순간을 포착하고자 다분히 노력해 본다. 무던히도 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곤 하지만, 가끔 그 때의 순간들이 담겨있는 사진첩 속을 들여다 볼 때마다, 그 순간이 선명하게 스쳐지나가곤 한다, 마치 어제 일 처럼. 그래서일까, 몇 달 새 만 4천 장이 넘는 사진을 찍고서도 셔터 질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나는 아마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인간의 한 부류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