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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Aug 23. 2017

'석파정', 그리고 '카페 소사이어티'

일본에서 온 미국 친구와 구경한 서울 미술관 전시

일본 오사카에서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미국 친구가 한국에 오겠다더니 '정말로' 한국에 놀러 왔다. 180의 훤칠한 키 탓인지 눈에 띄는 외모, 그리고 웃음기 넘치는 성격을 지닌 그녀의 두 번째 한국 방문을 위해 어디를 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서울 미술관>의 '카페 소사이어티 (Cafe Society)'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경복궁 역에서 내려 40여 분을 걸으면 되는 거리라는 지도 앱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가는 길에 부암동 구경도 할 겸 겸사겸사 걸음을 나섰다.


아기자기한 샵들이 늘어선 경복궁 역 앞 거리 구경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길고도 긴 '자하문 터널'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고비를 맞이했다. 택시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30분을 걸어왔기에 마저 걸어가도 괜찮다는 친구의 말에 힘을 얻어 남은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끝이 보일랑 말랑한 터널을 걷고 건 지 십 여분쯤 지났을까... 우리는 드디어 푸르른 하늘과 맑은 공기와 조우했다. 서울 미술관 앞 길에 펼쳐진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부푼 마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녀에게 또 다른 실망을 안겨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는 이미 다섯 시를 넘어서고 있었고, 우리는 매표소 직원에게 곧바로 "석파정"을 먼저 둘러볼 것을 권유받았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석파정이 대체 뭐지?' 하고 서울 미술관 3층으로 올랐다. 하지만 오르자마자 매표소 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을 이루 감출 수 없었다. 야외에 위치한 석파정은 흥선대원군의 별서로써, 조선시대에 지어진 정자라고 한다. 넓디넓은 한옥의 향연과 잘 가꾸어진 꽃과 나무를 보니, 힘겹게 걸어온 자하문 터널의 노고가 한꺼번에 눈 녹듯이 녹으며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미술관 안 실내에서 본격적으로 관람할 수 있었던 '카페 소사이어티 (Cafe Society)'는 갤러리 같은 카페 22곳을 소개하는 전시였다. 평소 카페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지만, 일본에서 거주하는 친구에게는 조금 아쉬울 법도 했을 텐데, 벽면 곳곳이 인스타그램을 위한 전시처럼 마련되어 있어서인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도 나름 마음에 들었던 전시였던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의 안도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뮤직 룸 (Music Room)에서 뮤직비디오와 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사실 첫날 서울 투어에서 운이 그리 따라주지 않았던 터라 그걸 만회하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이 날, 서울 미술관을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마지막을 한국 화장품 쇼핑과 치콜(!)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요즘처럼 마음에 없는 빈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짧게 만난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지는 마음 따뜻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우리가 내어 준 시간들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감사함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준, 우리를 보러 한국에 와 준, 어리지만 마음이 따뜻한 그녀 다니엘(Danielle)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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