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다
작년 가을, 제 2의 질풍노도시기가 찾아왔다. 아, 어째서 그 누구도 나에게 귀뜸해주지 않았던가. 중,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의 삶은 더더욱 힘든 시련의 연속이란 걸. 평소 계획한 대로 행동하던 나는 온데간데 없이, 충동적으로 사는 날이 잦아졌다. 일례로, 굳이 가지 않아도 되었던 토론토에 뉴욕까지 들렀다 오는 무계획적인 여행을 떠났고, 아무 계획 없이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값 비싼 카메라와 렌즈를 충동적으로 구매했으며, 심지어는 오래 된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기 까지 했으니, 나의 방황의 정도가 어디까지 였는지 쉬이 가늠할 수 있을 터이다.
이런 나의 충동스러움은 하루 아침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는데, 그 계기는 바로 작년 12월 초, 새로 산 카메라와 렌즈 2개를 몽땅 잃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친구들과 여행한 소중한 사진들이 담긴 메모리 카드도 함께 말이다. 나는 한동안 실연 당한 여인처럼 시름시름 앓을 수 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충동적인 결정이었기 때문일까, 새로 산 물건들을 애지중지 하기 보다는 거의 막 다루다시피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보니, 이는 곁에 있는 사람과 물건들을 소중히 아끼지 않고 감사히 여기지 않으면 이토록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일종의 하늘에서 내려 준 교훈이자 경고처럼 다가왔다.
처음에는 새로 산 물건이라서, 새로 사귄 사람이라서, 혹은 처음 와 본 곳이라서 모든 것이 새롭고도 신기하게 와 닿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감정이 무뎌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습성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에 적응하고, 이를 당연시 여기게 됨으로써 색다른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 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잃는 것'에는 뼈저리게 아픈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값 비싸게 배운 후에야, 나는 비로소 내 곁에 있는 연인, 친구, 내가 사는 장소 및 나의 주변 물건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있을 때 잘 하자'라는 말 처럼, 떠나보내고 후회하지 말고, 잃어버리고 나서 소중함을 깨닫지 말자.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늘 간직하며 잊지 않고 살도록 노력하자.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이 방황의 터널 끝자락에 도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