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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Mar 17. 2024

‘봄’이 오려나 보다

부풀어 오르는 것은 봄날의 꽃봉오리만이 아니길

이 봐, 저길 봐! 봐!

이제 '봄'이다. 

아아, 다시 봄이다. 

봄은 왜 이토록 설레는가? 

어쩌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하기 때문은 아닌가.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

곧 따뜻해지려는 모양이다. 

목련은 느닷없이 피고 개나리는 참 철없어 보이는 기억들이 새롭다. 

두꺼운 차림으로부터 치우고 가벼운 옷을 입고 느긋하게 오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 창문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 지 한참이다.
인근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난 듯 여색해 보이는 중년의 두 사람이 와서 악수와 희끗한 흰머리를 확인하곤 

메뉴표에 적힌 대로 주문을 한다.

한참이나 서로를 바라보며 주문한 걸 확인하고서는 말문을 연다. 

오래된 친구가 이제 막 친구가 된 듯이 어색함이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내게도 그렇게 만나보고픈 친구가 있다. 

함께 보낸 시간이 대학 동창이니 상당히 오래됐다.

문득 그가 보고 싶다. 전화라도, 아니 문자 메시지를 보내야지. 

이 봄이 가기 전에 한번 보자고. 술 한잔하면서 함께 보낸 지난 학창 시절의 그 봄을 추억하자고. 

그리곤 새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고 해야겠다.


 봄이다. 다시 봄이다.
그리도 애타게 기다리던 30년이나 된 보상금이 이제야 나온다고 한다.

부풀어 오르는 것은 봄날의 꽃봉오리만이 아니다. 

내 마음도 같이 부푼다.

이제까지 주어질 시간을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해도 괜찮다”라고 이 봄이 전한다. 

지난 계절과 달리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게 된다.

백지처럼 새하얀 미래도 그리 낯설더나 결코 막막하지 않으리라.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만큼 내질러도 되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말해주듯 미풍이 불어 등 뒤를 밀어주고, 그렇다면 조그마하게 움트는 초록빛 싹과 화사한 꽃들은 

나의 응원단이다. 

잊었던 꿈들을 지난 시간보다 더 해볼 만하다고. 

다시 해보고 싶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가슴 저 안쪽부터 조금씩 두근대고 있다. 


미뤘던 봄맞이 준비를 해야 되겠네요.

이번만은 늦게 피는 꽃길이 아니길 바라며,

도톰하고 보드라운 담요가 세상을 덮으면 잊었던 깊은 잠이 다시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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