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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Mar 23. 2024

초록 꽃은 시들고
삶은 오래되었 다지만

어머님을 보내고 온 날, 메밀국수를 먹었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따스한 봄날이 오는 길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어머님을 다시 모셨다.

홀로 종일 먼 곳을 바라보시며 홀로 중얼거리신다

곁에 다가 가도 쳐다만 보신다.

누군지 모른다. 그냥 “‘녜’ 녜’”라는 단어만 읊조린다.

 

"그런 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모신다.

정문밖 뒤편에 매달린 그네에 몸을 실으니 

아직은 찬바람에도 눈물은 따스하다.

돌아오는 날 허기진 배는 찬 메밀국수는 잘 넘어가더라".

 

어머님의 치매는 심해지기 시작한 지도 3년이 지났다.

아주 오래된 기억만이 존재한다.

자식들도 타인으로 여기시고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낮 밤 구별 없이 혼자서 중얼거린다.

그리곤 하루 종일 주무신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기 어렵다.

 

이제 기억마저도 희미한 고아하고 단정한 그 모습은 사라지고 앙상한 몸매를 보는 건 고통이다.

그래도 식사는 여전히 잘하신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모습을 그립다.

다음 주에는 다시 찾아뵙고 싶다.

 

시골집 언저리엔 둘러진 작은 소나무, 아카시아 나무가 아직도 널려 있고,  

어느새 쌉쌀한 맛이 일품인 두릅나무도 새싹 가시가 까칠해지리라! 

“이제 초록 꽃들은 시들고 삶은 오래되었지만. 

몸은 치매로 피폐해져 가고 말은 들리지 않고 

독백만이 공허하게 퍼진다.” 

 

이제 오래전 묻어버린 아버님, 이제 어머님의 기억도 사라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같은 삶을 끝내는 날에 당신을 찾아가서, 

그래도 이곳 세상이 조금은 “아름다웠다”라고 말하시길.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방울이 빰에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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