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낡고 해져도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없었지
신기한 풍광을 보네요.
거실 넘어 정원의 살구꽃은 벚꽃보다 일찍 피어 봄소식을 알리네요.
어제까지도 없던 밤사이에 가는 비를 맞으며 새벽에 흰 살구꽃이 피웠네요!
해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내 꽃, 살구꽃이 창밖으로 돌아오네요.
죽은 듯이 보였던 나무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하얗게 터져 올라왔네.
이 계절이 가면 여인네 속살빛의 살구꽃은 시들겠지만,
헤어진 추억을 기억한 핑크 빛의 벚꽃이 피어나지요.
그리곤 연인이 기다리는 향기로운 아카시아 꽃이 피어나지요.
봄날의 꽃에는 여전히 추억의 향기를 머금고 있지요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그 꽃들은 돌아오지요.
그러나 한번 가버린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네요.
몇 해를 그토록 기다렸건만 아직 돌아오지 않네요.
“사람도 계절 찾아 돌아오는 꽃처럼 온다면 좋겠지요”
기억이 낡고 해져도 완전히 잃어버리고 기다리지 않는 날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