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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Aug 25. 2024

끝 여름 속,
사라진 사랑노래

한 여름의 덧없는 ‘매미’의 사랑가 그립다

나와 사랑노래’를 시작합니다.


'맴맴' '쐐애애애'…

앞틀 적은 정원 속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여름의 절정을 알린 지도 한참이다. 

아! 어느새 계절이 변호해 길가 가로수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사라져 간다.

거기에 공원 산책로에 죽은 매미의 잔해가 이 여름도 서서히 마감을 알린다.

어제만 해도 정오의 태양이 정수리를 태울 듯이 쏟아지고, 가로수에선 매미 울음소리가 바위를 쪼갤 듯 울어댔었다. 

누군가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고 했다. 

장마 비에도 그늘에 숨어서도 외침을 멈추지 않는 '맴맴' 하며 끊어서 울는 소리는 한편으론 여름의 운치를 자아낸다.

여름도 저물어 가면 더위도 떠나고 매미의 울음도 멀어져 간다.


거실 밖, 열 그루 남짓한 작은 숲 속엔 온몸으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머리가 지끈하기도 했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울어재겼다.

그래도 어쩌랴. 

이 여름의 주인은 누가 뭐라 해도 땡볕과 그 사이로 울어대는 매미인 것을! 

슬프게도 오직 수컷만이 우는 것이다.

단 며칠만을 나무 위에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숫매미의 처지를 생각하면, 실로 뜨거운 사랑을 원하는

애원이자 처절한 절귀일지도 모른다.

애처로운 삶의 현장인 셈이다. 

긴 장마 끝은 지나도 긴 무더위와 함께 처절한 마지막을 원하는 매미의 사랑노래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보다 목표가 분명한 울음이 있을까? 

매미는 오래 시간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지상에 올라와 성충이 된 뒤에 “고작 2~3주 사랑을 하다 죽는다”라고 한다. 아마도 잠깐의 시간, 1분 1초가 아까울 것이다. 

“저 거친 울음이 바로 사랑을 구애하는 노래고 자신의 목숨 값”이라니. 

어디든 사랑을 구애하는 삶은 항상 서글프다.
 이제 나도, 단 한 번이라도 매미의 여름노래처럼 마지막 절정 부르는 뜨거운 사랑노래를 불러보고 싶다.

이제 귀가 먹먹하도록 한낮에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잠잠 해지 질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 부는 가을 초입이 되면 불안한 듯 자취를 감춘 여름의 매미의 사랑과 구애를 올해 내내 그리워할 것이다.

"매미의 울음은 처절한 생존의 소리"이듯 ,

나도 그들처럼 처절하게 마지막 울음을 부르고 싶다.

매미가 그러하듯 잊힌 사랑노래를 부르고 싶다.

'맴맴' '쐐애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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