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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Aug 18. 2024

끝 여름에 만난 '젊은 연인'

이제껏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나와 젊은 연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바닷가 무서워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던 젊은 날의 나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수영을 가르쳐 주건 누님의 부드러운 손길이 닿으면 온몸이 빨갔게 달아오르던 기억은 이미 늙어버린 손가락엔 주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연모의 정을 주었던 옆집누님은 고민 끝에 계곡에서 수영을 시작한 후에는 파라솔 아래 모래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죠.


이제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 사이인가 봅니다. 

해변가를 백사장을 걷는 연인은 이 무더위에도 아직은 쑥스러운 듯 서로 쳐다보며 두 손 꼭 잡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바닷바람마저도 뜨거운 날씨에 얇은 카디건을 걸쳤음에도 서로를 품에 안고 걷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길도 이 연인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보면 볼수록 마음 한구석이 부럽지만 시원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들만의 시간은 항상 부족합니다. 

그 시간 속엔 둘만이 들어가 채운 시공간만이 존재합니다. 

서로 같이 있을 때는 언제나 꽃이 만발한 봄날이 되고, 

꽃이 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 아쉬워합니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보일 뿐입니다.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고, 상대 외에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장미꽃이 시들면 냄새 맡을 향기도 없고, 어루만질 육체도 없습니다. 

걸어가는 새로이 시작하는 청춘의 연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생깁니다. 

언제나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두 손 꼭 잡아줘야 하겠습니다.


집에 돌아와 불현듯, 다락방 서랍 속에서 첫사랑 연인에게 보내려다 만 오래된 편지를 꺼내듭니다. 

누구나 사랑을 시작한 그 나이에는 시인이 됩니다.

“사랑은 시작과 함께 사라지듯, 건너편 별이 사라지듯 당신도 사라질 거죠. 

하지만 슬픔의 날에 적막 속에서 그리움에 잠겨 날 불러주오.

그리고 말해주오. 

꼭! 당신 마음에 내가 살아 있고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그 시절, “한 페이지에 사랑 하나씩 써 내려간 너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낍니다.
 옛사랑에게 쓴 이 글이 젊은 연인에게 보내는 즐거운 화답입니다. 


아직도 과거를 끌어안고 있는 사랑은 지난 청춘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시간이 지나가면서 뼈아픈 후회로 남습니다.
그건 “그 누구를 위해 한 번도 진정한 사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단지 청춘의 로맨스를 사랑했기에 이제껏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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