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보다 끝 여름이 남긴 흔적에 시선을 보낸다
‘나와 손님인 그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여름은 환희처럼 다가왔다가 서러움처럼 살며시 사라진다.
분명히 다른 계절이 끝나 갈 때와는 다르지.
왜 여름은 유독 급히 증발하거나 휘발되어 사라지는지.
끝 여름은 그래서 더 슬프다”.
귀가 먹먹하도록 울어 대던 여름매미 소리도 잠잠해지고,
새벽 나절에 찬바람 스치는 가을 초입에서 우리는 불안한 듯 서성이며 가뭇없이 자취를 감춘 여름의 빛과 영광을 내내 그리워할 뿐이지.
여름보다 가을인 너는 예전보다 늦게 선해져 돌아왔으니 그래도 어쩌라!
다음엔 더 독해져서 돌아오길 바랄 뿐이지.
이제 가을은 작년보다 더 선량해졌으니 여름의 긴 처연함은 곧 끝나겠구나
손에 쥐었던 바닷물처럼 움켜쥘 수 없는 사랑 같은지.”.
“여름은 환희처럼 살며시 왔다면 가을은 슬픔처럼 살며시 사라진다고” 말하고 떠났다.
이미 지난 끝 여름에 가득했던 기억은 잊힌 시절이 되었지.
오, 그토록 넘치던 시절의 여름의 빛과 열기는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끝 여름은 ‘추억을 주는 첫 번째 계절’이다.
그곳엔 해풍의 짠 내음이 솔향 바람과 함께 올 즈음엔 마음은 해 질 녘 바다 위 황혼처럼 솟아
오르고 있었지.
이미 젖어 버렸고, 버려진 서늘함은 사라지고 기억에도 사라졌다.
예전의 사람들은 흔적도 없다.
그런 게 지난 한없이 젊기만 했던 청춘의 기억이 아닌가!
그런데도 '찾아올 먼 데서 오는 손님'은 누구일까?
“청색보다 에메랄드에 가까운 푸른 바다와 흰 포말의 파도 곁에 흰 옷을 입은 그녀,
청순한 흰색이 주는 색 대비가 푸른색과 겹쳐 선명해지며 청량한 정서를 자아낸다.
검 붉은 하늘 밑 푸른 바다는 가슴을 열고 그녀는 다가오는데,
그녀는 오랜만에 오는 먼 길 쫓아온 반가운 손님이다.
손님이 된 그녀는 지치고 고달픈 몸으로 온다고 했으니 아마 휴식이 필요할 테이다.
땀 닦을 하얀 수건을 말없이 건네고,
예전처럼 그녀와 어깨를 붙이며 듬뿍 마음까지 적시면 좋겠지”.
현실은 꿈을 보는 ‘창’ 이자 ‘입구’라고 하는데,
“먼 데서 오는 손님은 누구일까?
여름 더위보다 끝 여름이 남긴 흔적에 시선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