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첫눈이 많이 왔다.
오랜만에 호수가 내려 다 보이는 언덕 위 시골집에서 바라본다.
송송 가볍게 날리는 눈이 아니고 젖어서 무거운 눈이 내릴 때를 기억한다.
남들이 집으로 향할 때 긴 외투를 입고 송림 나란한 호수 길 따라 더 안쪽 다른 길을 걸었다.
“새해 첫눈이 오면 여기서 만나자.”
이런 약속을 기억도 가물거리는 시절에 했었다.
첫눈이 오니까, 만나기로 했으니까, 혹시나 약속한 장소에 갔다.
갈 때 주머니에 이런 이야기를 품에 넣고 갔다.
“여기까지 다시 왔구나
호수 건너 바다 너머로 건너왔다는 것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기억을 더듬어 따라 내려가니
예전 그 길에 눈 내리고 궂은비마저 뿌리지 않았을까!
해 저물고 붉어지는 황혼의 노을이 깃든 날들에
내 사랑도 그렇게 호수로 흘러갔다는 것을 안다
다시 눈 내리는 그 시절이라 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잊힌 내 그대도 부디 잘 있어라!”
어느새 사람은 늙었고 약속만 남았네.
내가 보기엔 조금 늙고 겉보기에는 많이 늙었다고 하는데 마음은 하나도 안 늙은 것 같은데.
첫눈은 지나간 청춘의 기억이 생각날 때에 다시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