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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벚꽃',
그리고 진한 회고

‘밤 벚꽃’ 날리는 기억의 자리에 앉아서

by 이림

젊은 남녀, 나란히 앉은 저 벤치에 밤 벚꽃 살포시 떨어지오
가로등 밑, 그 아래 얼굴 희고 입술 붉은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소.
지난 기억을 참고 기다려 ‘오소소’ 온몸에 소름 돋는 바로 지금이 그 기억이오.
그렇게 가버려 몸을 때리고 마음마저 내려친 멍든 상처를 안고 밤 벚꽃만 바라보오.


밤 벚꽃이 지천이오.

벚꽃은 아름다우면서도 신령스럽소.

기적이 일어난 듯 탐스럽게 피어 있다가 눈이 내리는 것처럼 떨어지는 모습은 숙명적이기까지 하다오.
진저리 치며 어깨를 끌어안고 기억을 건너온 상념처럼 소리 안 나게 밤 벚꽃이 떨어지오.

우수수 떨어지도록 그냥 고 떠날 거오.

달콤한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은 핑크빛 와인에 취한 듯 하늘거리며 내게도 떨어져 내리오.

밤 벚꽃은 감당할 수 없이 피었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라져 간다오.

왔다가 사라지는 사랑 같기도 하고,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리는 청춘 같기도 하다오.
이 밤 벚꽃이 내게 피었던 기억은 꿈만 같다오.
사월이 지나면, ‘밤 벚꽃은 지고 사랑의 기억마저도 잊힌다오’


폭풍처럼 왔다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운명적인 만남 같다오.

계절이 변하면 향기도 바뀌겠지요.

지난밤 벚꽃은 내가 가질게, ‘당신은 그냥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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