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다시 화장을 시작합니다!
이제 이 나이에 다시 화장을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았습니다.
예전에 보지 못한 주름살은 늘어나고 짙은 점들이 눈 주위에 가득합니다.
늘어진 볼과 입가엔 깊이 파인 주름을 따라 화가 잔뜩 난 심술궂은 모습입니다.
이제 슬픔을 머금은 주름은 반대편 거울에 비칩니다.
새로운 일들이 생길 때마다 나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하나둘씩 늘어납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입가에 웃음살 하나,
짜증이 날 때 이마에 깊은 주름살 또 하나,
피곤하거나 힘들 때는 눈가에 자글자글 주름살 하나,
욕심을 부릴 때는 턱밑에 주름살 하나,
깊어가는 주름살을 감추려 다시 화장을 시작했습니다
나의 웃음, 분노, 행복, 고민, 희망들이 하나씩 쌓여 얼굴을 만들어 갑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의 주름살들은 나의 살아온 길을 보여줍니다.
단지 누군가 “넌,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하는 말에 위안을 얻습니다
그래서 거울을 보며 크게 미소를 지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일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다시 화장을 시작합니다.
늙지 않으려면 좀 더 멋쟁이가 되기로 합니다.
그래! "이 나이에 다시 얼굴과 옷에도 색을 입히고 치장을 한다"라고 주위에서 놀린다 해도 기억을
찾아 나섭니다.
오늘 하루도 너는 몇 번이나 무심하게 지나쳐 가고, 너를 기다리며 공원언덕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며 서성입니다.
너는 바로 ‘사랑스러운 추억’입니다.
내일을 기다리기에 답답한 오늘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화려했던 추억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소중한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너와 나, 우리에게도 지난날 밝은 미래를 꿈꾸던 순수한 ‘젊음’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린다면, 다시 찾아올 내일을 꿈꿀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너의 소망처럼, '우리의 젊음’도 이곳에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봄이 다 간” 계절이고, 지난날은 “봄이 오던 아침”이었습니다.
이제 그 봄날은 다 가고 옛 거리에 남은 너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합니다.
오늘도 함께하던 그 버스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리는 정거장 가파른 언덕에서 서성거릴 겁니다.
그래도 ‘흙먼지에 쌓여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한 순간에 피였다 진 벚꽃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나이에 다시 화장을 시작합니다.
어쩌면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을지도 몰라도,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라고 믿습니다.
오늘만큼은 “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