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당신에게도 꽃이 피었군요!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햇빛에 숲이 그늘을 수놓네요.
공원을 가로지른 건너편에 새로 짓는 고층건물, 공사장 가림 막에 나무 숲 그림자가 드리웠네요.
하얀 바탕의 가림막에 짙은 검은 그림자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네요.
자세히 돌아보니, 수목화엔 작은 꽃봉오리도 태어났네요.
혹 꽃이 보이나요!
꽃이 피는 것이 신통하다고 말하면, 그 꽃은 당신의 가슴에도 핀다네요.
아! 당신에게도 꽃이 피었다는군요.
끝 봄날에 정장으로 잘 차려입고서 이마에 땀을 훔치며,
꽃 한 다발 어색하게 들고 급한 걸음을 옮기는 잘생긴 멋진 청년을 보네요.
청년을 보며 지난 당신의 젊은 날의 기억에 이런저런 꽃에 대한 생각에 빠져 드네요.
“꽃을 보는 것은 좋지만, 꽃을 사는 것은 왠지 쑥스러하네요.
꽃을 주는 것은 좋지만, 꽃을 들고 가기는 민망하네요.
꽃이 옆에 있어 향기로운 건 좋지만, 시든 꽃을 버리리는 건 질색이네요.
꽃이 꽃병에 꽂아 바라보는 건 좋지만 꽃을 관리하는 건 귀찮아하네요".
그래서 '꽃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 꽃으로 다른 걸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에요.
그래도 꽃을 바라보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죠.
그거면 꽃은 꽃으로 충분하죠.
이런 끝봄날의 긴 시간이면,
‘밝은 하늘을 보는 낯길이가 길게 드리우면 하루의 반을 덤으로 얻은 것 같아 좋네요.
그래서인지 퇴근길에도 지치지 않을 수 있지요.
햇빛에 숲이 그늘을 수놓더니, 당신에게도 꽃이 피었다는군요.
지금은 내 집 정원 마당에 피는 꽃으로 하루를 대신해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