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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제법 '긴 여행'을
훌쩍 떠나봅니다!

지루하고 반복된 삶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by 이림

홀로 제법 긴 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이 봄날을 지나 여름이 오기 전 홀로 여행을 떠나 봅니다.

무겁게 쌓인 일상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비우고 싶었기에 건조한 도시를 떠나 봅니다.

챙겨야 할 물건의 목록을 미리 적어 두고 조목조목 빗금을 그어가며 가방을 꾸립니다.

양말과 속옷, 티셔츠를 가지런히 개서 제법 많은 큰 가방과 둘러맬 백섹으로 분리하여 정리합니다.

홀로 사는 작은 집에 혹시라도 창문이 열린 곳은 없는지 둘러보고 전기도 가스도 모두 껐습니다.


그렇게 동네 내리막길 어귀를 빠져나와 정류장 벤치에 짐 가방을 내려놓고서야 겨우 한숨 돌립니다.

그런데, 아! 잊어버린 것이 생각나지 뭡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부엌 한쪽에 어제 받은 꽃을 두고 왔다는 것도 기억해 냅니다.
아직은 넉넉한 시간을 확인 후, 발걸음을 다시 집으로 돌립습니다.

이제야 보이는 힘없이 늘어진 화초들에 한가득 물을 주니 꼴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잊어야 할 일이 있고,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잊어야 할 일에 사로잡혀 잊지 말아야 할 일을 잊을 때가 참 많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바다가 보이는 작은 소도시의 여행지는 예전처럼 반겨줍니다.

어릴 적 추억이 생생한 이곳은 추억 속, 그림 같은 풍경은 익숙하면서 새롭고, 낯설지만 다정했다.

내가 한사코 벗어나 가려고 애쓰던 곳은 어떤 이에게는 일상이고,

누구에게는 낯선 경험입니다.

같은 장소라도 사람에 따라 그 장소가 주는 의미는 이렇게 다릅니다.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마을은 누구에게는 고향이고 누구에게는 여행지이죠.

누구에게는 머무는 곳이고 누구에게는 지나가는 곳입니다.


도심을 벗어나면 국도와 만나는 곳까지 벚꽃길이 쭉 펼쳐져 있었는데 그 넘어가 개천입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이 길을 지나듯 길도 사람을 지나칩니다.

어느 길은 어두웠다가도 어느새 밝게 빛납니다.

다른 길은 굽이 휘어지다가도 결국 곧게 펼쳐지는 길로 변합니다.

간혹, 간혹 막다른 길을 마주하고 멈춰 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무심히 스친 그들의 따스한 온기에서 지루하고 반복된 삶에서 벗어나 봅니다

돌아서면 틀림없이 길은 다시 열려 있고, 끝내 나를 반기는 이들에게 닿아 있으니까요.

이 길 위에서 사람은 언제나 자신에게 도착하는 마음을 먼저 적어 보낸다.


돌아온 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는 하루,

그런 여행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삽니다.

반복되는 삶에서 무감각해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이방인 시선으로 주위를 살핍니다.

그렇게 하면 변화가 보이게 되죠.

긍정을 느끼는 빈도가 잦아져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사실 일상은 반복되지 않죠!

반복된다고 느낀다는 건 익숙함에 환경 변화에 감각이 아둔해졌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에서의 ‘다른 풍경’의 ‘삶’, 그 너머엔 다른 꽃이 필까요!
무심히 스친 낯선 곳, 그들에게서 따스한 온기가 지루하고 반복된 삶을 치유할 수 있을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마음을 먼저 적어 보냅니다.

“여행 같은 일상을 보내세요”라고.
아! 아쉽게도, 이미 꽃은 지고 하루가 저물어서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일상은 반복되지 않는 삶이 틀림없습니다.

곧! 이 봄날을 지나면 여름마저도 훌쩍 지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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