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세월, 그 빠른 시간을
대하는 자세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by 이림

봄날의 정점에 서 있다

아침이면 신선한 바람과 초록의 내음으로 기분이 상쾌해지고 꽃 향기가 바람에 날린다.

해가 중천에 뜬 오후가 되면 한낮의 열기로 몸과 마음까지도 나른 해진다.

공원 옆 집 창문을 열면, 바람에 실려온 부드럽고 달콤한(?) 꽃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이제 야외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고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아프신 노모의 안부도, 친지들의 긴급한 부름에도 그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다.

단지 지금은 마음속에선 그곳에 갈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전적, 정신적 여유가 부족하기에 더욱 무거운 발걸음이다.

시골의 정경은 서울의 바쁜 시간과는 다르게 한적한 풍경과 그곳의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리게 느껴진다. 실제로 시간도 늦게 흐르는 듯하다.

그런 시간처럼, 노모의 병세도 그렇게 느리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로마의 위대한 철학자인 ‘플라톤’은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간이란 움직이지 않는 영원성의 움직이는 이미지이다”라고 하였다.

무슨 의미일까? 아직도 희미한 이해밖에 오지 않는 구절이다.

그런데 왜? 그 빠른 시간을 나는 나이와 다르게 느끼는 것일까?

누군가 “시간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그런데 너무 공감해서 무릎을 “딱”하고 친 시간과 세월에 대한 구절이 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인 ≪다우베 드라이스마(Douwe Draais)≫는 그의 저서인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을 강물과 달리기 시합에 비유한 것이다.

“젊은이는 강물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믿기에 강물이 더디게 흐른다고 느끼고,

중년의 달리기는 강물과 비슷한 속도 띠게 된다고 하고,

노년에는 숨이 찬 몸이 강물이 너무 빨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라고 한다.

중요하건 강물의 빠르기가 아닌 나의 빠르기에 대한 마음가짐 이리는 걸까!


결국 시간과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빠르게 뛸 마음과 그 자세인가?

세상의 급류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와 속도감으로 시간을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나의 속도감, 그것이 삶의 즐거운 가치라면

한 편의 이 게으른 즐거움이 세상에 대한 포기이며 기만이라고 해도 좋다.

다만 자신이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것만으로 좋다.

남겨진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꿈을 향해 살아가는 것.

지난날을 그리워하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는 게으른

즐거움이 있는 이유일 터이다.


그럼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의 헛된 모습과 진실된 모습의 경계는 어디일까!

이제 이 자리, 이 나이에 홀로 세상에 다시 서 보니,

이룬 것도 없고, 세상이 알아주는 명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패션과 친했던 시간에 명품(明品)의 근저에 맴돌다,

겁먹고 돌아서 나온 내 인생도 그 나름의 향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