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벚꽃이 지면 곧 봄도 함께 진다

계절이 변하니 향기, 그리고 기억도 바뀐다

by 이림

계절이 변하면 향기도 바뀐다.

시간의 향기는 잊었던 기억마저도 떠 올리게 한다.


벚꽃이 이미 진지 오래고, 봄날의 정점을 지나 여름을 향해 가는 이른 밤이다.

늦은 시간 산책이지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줄 한줄기 바람을 찾고 있다.

벚꽃은 이미 한참 전에 진 밤길이다.

이렇게 벚꽃 진 날들을 아쉬워하며

누군가 “벚꽃이 지면 곧 봄도 함께 진다” 고,

짧지만 계절의 무상함을 말한다.


“이미 진 벚꽃, 남은 벚꽃마저도 사라진 계절.

활짝 핀 저 벚꽃은 이미 지는 다른 꽃을 연민하지 않는다.

곧 자신도 지고 만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차피 남은 모든 벚꽃 역시도 지게 마련이기에……


이렇게 보내기 아쉽고 서러운 봄날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벚꽃은 이미 졌고, 이른 저녁을 따라가는 밤 산책길은 무료한 일상의 중에서

심술 난 내 심사가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골목길 카페에서 검붉은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그래도 내게도 있었던 어느 아름답고 화려한 시절을 기억을 떠 올린다.

벚꽃이 피면 그 진한 향기만큼 잊었던 로맨스가 다가온다.

그 아름답던 마지막 벚꽃을 밟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지막 와인잔을 놓으며 내게도 있었던 아름답고 화려한 시절을 기억을 생각한다.



이제 여름을 재촉하는 짧은 봄의 비가 더위도 날리면,

봄날과 함께 핀 벚꽃, 그 역시도 모두에게 잊히나 보다.

계절의 변화는 향기의 변화도, 기억의 변화도 가져오나 보다.

내 아름답던 봄날도 벚꽃과 함께 흩어졌고,

어차피 “남은 모든 벚꽃 역시도 지게 마련이다”라고 해도,

5월의 마지막 날,

이미 잊힌 벚꽃이 활짝 핀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