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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2병

사실 '병'아니고 사회변화로 인해 새롭게 나타난 '발달단계'

by 정준민


‘대2병’의 어원은 2015년 ‘대2병’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에 게시되었는데 대학생들로부터 ‘좋아요’ 6만 3천개, 댓글이 1만 9천개, 공유가 약 2,600회 발생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와 같이 인터넷 상에서 대대적 확산이 일어나고, 신조어가 된 후에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오인수, 손지향, 조유경, 2018). 물론 대2병에 대해 학술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것은 없지만, 잡코리아(2019. 4. 24)에 의하면 전공에 대한 회의감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대학생들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한다. 이는 대2병의 근본적 원인이 이미 결정한 전공에 대한 회의와 취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에 있다고 보는 정의이다. 실제로 대학생 4168명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2019. 4. 24)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지금 전공을 택하겠다는 대학생은 38.7%인데 반해 대학생의 39.9%는 다른 전공을 하고 싶다고 답하였다. 이러한 정의와 설문조사 결과는 네이버 국어사전의 “대학에 진학하였으나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되는지에 해답을 얻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라는 대2병 정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전공에 대한 회의가 오는 이유가 이 전공을 통해 과연 무엇을 하고 살 수 있는지(먹고 살 수 있는가) 모르겠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의문이 바로 본인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편 미디어스(2017. 4. 4)는 대2병에 대해서 유치원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경주마처럼 공부해 왔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 2학년이 되면 심각한 자기 정체 장애로 고통받는 것이 ‘대2병’이라고 말하였다. 이는 대2병의 원인을 대학이란 하나의 목적을 위해 경주마처럼 질문하지 않은 채로 공부하다가 진로적 고민을 미리 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조선일보(2019. 5. 13)는 ‘대2병’이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취업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병으로 급격히 우울해지고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 주요 증상이라고 하였다. 이는 대2병에 의한 스트레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우울감과 자괴감 등의 ‘증상’을 다른 정의들보다 상세히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오인수, 손지향, 조유경(2018)은 위와 같은 대2병에 대한 정의들을 종합하여 대2병이 큰 변화와 심리적 압박에 의한 부적응 증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2병을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진로 고민을 시작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느끼는 심리 및 행동의 부적응 상태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는 부적응이란 관점으로 대2병을 효과적으로 정의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적응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대2병 척도 개발을 목적으로 수행된 장하림 외 (2019)의 연구에서 요인분석을 통해 각각 미래불안, 무기력감, 대인관계 불안정성, 목표상실의 부적응 증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의 내용들을 종합했을 때 대2병을 본 연구자는 ‘본인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질문하지 않고 대학만을 위해 달려오다가 다시금 진로문제로 미래에 대한 불안, 우울,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고 목표를 상실한 채 방황하게 되는 상태’라고 정의하도록 하겠다.


또한 문과 대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이과 대학생들보다 더 ‘대2병’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경제(2021. 6. 17)에 의하면 디지털 전환 등의 이유로 문과생들의 취업문이 좁아져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의미하는‘문송합니다’란 표현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대2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과 대학생’으로 연구 대상을 좀 더 좁히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직업군이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본인이 원하는 바가 계속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Z세대에게 대2병은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병이라기보다는 발달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게 되는 ‘위기적 국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때 위기적 국면은 발달의 과정에서 날카롭게 집중된 주요한 변동과 변화, 단절이 존재하는 시기이다(Vygotsky, 2016:69-81). 그리고 이러한 위기적 국면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다음 발달로 나아가게 돕는 ‘기회’의 장으로서 다음 발달 영역의 토대가 되는 내적·외적 변화를 근본적으로 야기한다(Vygotsky, 2016:83).


결국 대2병은 대학생이 급변한 사회에서 사회초년생이란 발달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기존 발달단계의 내적 측면 및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와 단절하여 새로이 재구조화하는 시기이다. 이를 요약하자면 사회가 급변하면서 대학생이 되는 것만으로는 사회초년생이 될 수 없게 됐고, 이에 따라 대2병이라는 새로운 위기적 국면이 발달과정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대2병은 '치료해야 할 병'이 아니라 '사회초년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발달의 한 과정'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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