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모범생 딜레마' 극복
성장이란 어떤 식으로든지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변화가 있기 위해선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인간이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갈등과 몰입. 먼저 갈등은 인간이 안정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므로 역설적으로 새로운 평형상태에 도달하게 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케 한다((Jean Piaget). 따라서 성장을 위해 갈등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갈등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뒤틀린 평형의 상태가 되고, 이는 변화이지만 성장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갈등은 잘 조직되거나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갈등이 잘 조직되고 컨트롤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핵심은 ‘아무리 불평형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믿고 기댈 수 있는 조력자가 있는 환경인가’이다. 그런 환경을 온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흔히 생각하는 온실, 그러니까 별 어려움 없이 무엇인가 자라나는 곳이 아니다.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며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역동적 공간이지만, 결과가 어떻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 이를 역동적 온실이라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성장의 두 번째 조건인 몰입 또한 형성된다. 무엇을 시도해 넘어져도 상관없다는 그 믿음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밀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역동적 온실을 만들기 위해선 결국 그곳에 속한 사람들이 같은 철학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비단 교사만이 아니라 부모, 심지어는 학생 자신도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물론 이런 식의 논리가 확장되면 한 학교가 역동적 온실이 되기 위해선 전체 사회가 역동적 온실이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넘어지는 것을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어떤 학교의 구성원이든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선 못 배길 것이라는 허무주의적 결론.
따라서 그런 허무주의적 결론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선 교육자 스스로가 무모한 시도를 해보고, 많이 넘어진 존재여야만 한다. 순탄하게 모범생의 삶을 살아오며 교사가 된 사람이 어떻게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으며, 설령 그렇게 말한들 어떤 학생이 설득당하겠는가? 고로 지금까지와는 아예 다른 사람들을 교사로 선발하거나, 양성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었고, 때론 넘어졌지만 다시 길을 걷는. 넘어지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고, 두려움을 느끼지만 시도할 수 있는. 그리고 종국에는 몰입의 희열을 느껴본 사람을.
그런 사람들만이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을 수 있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으며, 몰입의 희열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만이 그렇게 설득할 수 있고, 누군가가 넘어졌을 때 기댈 어깨를 제공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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