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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민 Dec 26. 2022

콘텐츠마케팅의 관점에서 뉴진스 <Ditto> 분석

<Ditto>는 어떻게 고객들을 계속 유도하는 콘텐츠로 기능할까?

마케팅에서 3H 전략(Hero, Hub, Hygiene)은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운용하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세 가지 대표적인 콘텐츠 활용 방안을 말한다. 그중 Hub 콘텐츠기업의 주 마케팅 채널로 지속 가능한 잠재 고객을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Ditto>는 ADOR의 메인 서비스인 뉴진스로 고객들을 계속해서 유도하는 Hub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Ditto>가 어떤 서사를 갖고 있길래, 고개들을 ‘계속해서 유도하는’ Hub 콘텐츠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일까? <Ditto>의 서사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이를 입증해보도록 하겠다.      


ADOR의 대표 민희진에 의하면 “<Ditto>는 뉴진스와 팬덤 버니스의 이야기”라고 한다. 즉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MV를 보면, 우선 MV의 주인공은 뉴진스가 아니라 팬인 ‘반희수’ 즉 버니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캠코더를 갖고 뉴진스가 옥상, 체육관, 운동장 등등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담는 반희수 씨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직캠을 찍는 팬들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반희수가 힘들 때는 뉴진스가 위로를 주고, 

뉴진스가 힘들 때는 팬으로서 반희수가 우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진스와 함께 비를 맞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덕질하면서 뉴진스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팬들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희수가 하얀 눈밭에서 사슴을 홀로 만났을 때. 반희수는 뉴진스가 플라톤이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대상인 Idol에 불과하고, 현실적인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찰나의 순간은 반희수로 하여금 현실에서 내가 혼자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이 순간이 바로 ‘탈덕’이 시작되는 순간. 결국 아이돌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ADOR의 입장에서는 덕질 중인 고객이 해당 서비스로부터 점차 이탈하게 되는 순간을 MV에서 아주 서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여기까지만 제시했다면, <Ditto>가 작품성은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Hub 콘텐츠로서 기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서사는 탈덕한 팬들이 다시 뉴진스로 돌아오게끔 치밀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우선 반희수는 뉴진스가 Idol에 불과하며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존재라는 자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희수가 어떤 사람일지를 궁금해하며 칠판에 반희수를 그려보는 뉴진스의 모습이 제시되며 Side A편이 끝이 난다. 

Side B의 시작 부분에서는 뉴진스와 함께 하는 장면과, 뉴진스가 없는 장면이 교차해서 보인다.

이는 반희수가 뉴진스와 함께하고 싶으면서도,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이전보다 덜 뉴진스에게 관심(Attention)을 주고 있는 상황을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뉴진스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캠코더에 뉴진스가 아닌 Side A에서부터 등장하는 남자를 담는 장면이 제시된다.

이는 반희수가 Idol이 아닌 현실에서의 사랑, 현실적 관심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캠코더로 뉴진스를 담는 것이 아니라 멀찍이 서서 뉴진스를 바라보는 반희수의 모습이 제시된다. 

이는 반희수가 더 이상 뉴진스의 직캠을 보아도 덕질이 안되고, 외부자로서 바라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자로서 뉴진스를 바라보게 되었음을 느낀 반희수는, 이제 캠코더를 내려놓기로 마음먹는다. 

캠코더를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것은 ‘탈덕’했음을 의미한다. 즉, ADOR의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이탈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지직 거리는 TV의 모습,

뉴진스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에도 혼자서 우산 쓰고 함께 비를 맞아주지 않는 모습,

뉴진스의 민지로부터 팬 소통 앱 포닝을 통해 받은 메시지(비유적으로)를 보지 않는 장면을 제시한다. 

이러한 장면들의 제시는 반희수가 뉴진스로부터 확실하게 탈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이후 현실의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현실의 사랑을 하는 모습)을 제시한다.

이는 더 이상 아이돌이란 이상을 좇지 않고, 현실적인 관심사를 쫓으려 하는 반희수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학생시절 팔의 상처로 드러나는 사춘기의 상처를 극복한) 반희수가 먼지가 쌓인 상자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찾아보는 장면이 제시된다. 

이는 탈덕한 지 오래이지만, 과거의 향수를 꺼내보고 싶을 때 덕질했던 과거를 통해 추억하고자 하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디오테이프에서는 사라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반희수를 바라보며 위로하고 있는 뉴진스의 모습,

여전히 반희수의 모습을 상상하며 반희수를 그리고 있는 뉴진스의 모습이 제시된다. 

이는 과거 뉴진스의 모습을 통해 위로받았고, 행복했던 이전의 향수를 어른이 된 어느 시점에 꺼내보았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향수가 지금의 나에게도 충분한 위로와 행복감을 주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ADOR의 입장에서는 이탈했던 사춘기의 고객들이 다시금 과거의 향수를 통해 '어른 고객'으로 유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억을 마주하며 이야기는 엔딩으로 치닫고, 반희수는 다시금 뉴진스가 자신 방으로 찾아와 함께 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최종적으로 반희수가 다시금 뉴진스라는 서비스로 유입되어 고객으로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마치 god를 좋아했던 중고등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금 god의 공연을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Ditto>의 서사는 '아이돌 팬덤은 어느 순간 탈덕을 하게 된다'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덕질을 하던 순간들이 전혀 의미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 내가 위로받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지금의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이는 민희진 님이 뉴진스의 팬덤에게 


"언제든지 다시 돌아와도 뉴진스는 만족스러운 서비스일 거야"


라는 메타포를 인셉션(inception)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껏 본 Hub 콘텐츠의 사례 중 가장 창의적이고,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사례가 될 것 같다.  


아마도 <Ditto>라는 Hub 콘텐츠 때문에 뉴진스의 팬덤은 다른 아이돌의 팬덤보다 더 많은 비율이 탈덕한 이후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뉴진스 #NewJeans #Ditto #민희진 #ADOR #콘텐츠마케팅 #3H #Hub콘텐츠 #탈덕 #향수 #어른의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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