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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준민 Mar 11. 2023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세련화하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sophisticated 
1)세련된, 교양 있는

2)정교한, 복잡한

3)지적인, 수준 높은

    

‘경험의 성장’ ‘나는 누구인가’를 설명한다고 보는 교육 학도로서 

소위 ‘세련화’라고 일컬어지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막은 경우가 있다. 


세련화는 비슷한 경험을 무수히 많이 반복하고, 그 경험에 대한 해석이 세분화되며, 

A처럼 보이던 것들을 A, B로 ‘변별’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 사람 세련됐다”라는 말은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변별될만한 특징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거나, 설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련됐다”는 게 모든 것을 변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세련화의 방향’이 ‘그 사람은 누구인가’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를 테면 ‘패션에 대한 세련화가 진행됐느냐, 인테리어에 대한 세련화가 진행됐느냐’와 같은 것들. 혹은 ‘이 사람은 교육학 전공이야’, ‘저 사람은 인공지능 관련 전공이야’와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세련화는 계층을 드러내기도 한다. 흔히 세련된 사람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하층민 혹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똑같은 경험만을 쳇바퀴 굴리듯 경험하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변별이 될만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경험 성장의 양적, 질적 차이’를 활용하여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 혹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층민 혹은 프롤레타리아 계급과 스스로를 ‘구별짓기’할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시골 출신이었다가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된 부르디외, 노동자 계급과 귀족 계급의 언어가 명확히 다른 영국의 번스타인 등이 대표적으로 언어의 세련화 방식을 통해 구별짓기와 계층화를 다룬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교육자의 관점에서
만약 하위권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을 만들고자 한다면, 세련화의 방식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소위 말하는 상위권 학습자들의 세련화 방식을 따라가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외부자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부르디외가 이야기하듯이 사회/문화 자본에 입각한 예술 등에 대한 취향의 세련화를 하게 되었을 경우로 생각해 보자.     


최근 교육은 학생들이 ‘멀티미디어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보는 대중적인 취향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취향의 세련화가 이뤄져서 대중적인 취향의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식상함과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을 경우 학생들 입장에서 효과적인 콘텐츠를 교육에 활용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다. 


또한 말초적 감각에 끊임없이 자극을 받아 ‘8초 집중력 세대’로 불려지는 Z세대, 알파세대의 감각이 아니라 웬만한 것에는 끈기 있게 집중할 수 있는 감각을 갖게 된다면, 마찬가지로 그들의 입장에서 몰입할 수 있을 만한 교육의 ‘기준’을 잡지 못하게 된다. 이를테면 아주 느린 템포의 프랑스 영화나, 끈기 있게 논문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게 된다면, Z세대/알파세대를 위한 교육을 개발해야 하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감각이 세련화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세련화 과정을 거부했다. 한창 다니던 전시회를 가지 않고, 예술 영화를 보지 않았으며, 책을 멀리했다. Z세대, 알파세대를 위한 교육자로서 나를 만들기 위해서. 반대로 애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를 많이 보려고 했고, 오락 영화를 즐겨보았으며, 게임이나 축구에 집착했다. 그 과정에서 나도 8초 집중력 세대가 되어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며, 핸드폰으로 다른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하고, 예능을 보다가 ‘10초 앞으로’를 누르는 사람이 됐다.      


근데 한편으로는 다시 예술도 즐기고 싶고, 이것 저것 책도 읽고 싶고, 다시금 저자극으로도 충분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이다. 나는 어느 쪽으로 세련화를 진행해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일과 놀이가 분리될 수 없는 딜레마가 아쉽다.


#세련화 #부르디외 #구별짓기 #문화자본 #번스타인 #계층화 #CCC #Z세대 #알파세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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