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by Eun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센터에서 짝치료를 함께하던 서준이(가명)가 있었다.

꽤 오래 함께 수업을 받았지만

하랑이는 서준이를 친구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저 센터에서 만나는 아이였을 뿐이었다.


서준이 엄마와 나는 가끔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 있으면 함께 해요.”

그렇게 서준이도 느린 학습자 커뮤니티에 오게 되었고

우리는 아이들의 배움터를 함께 시작했다.


배움터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배움터 아이들의 단톡방이 생겼다.

어느 날

하랑이 휴대폰에서 카톡 알림이 울렸다.

배움터 친구들이었다.


하랑이가 말했다.

“서준이 내 베프야.”

하랑이에게도

드디어 베프라고 부를 친구가 생겼다.


여름방학이 되자 하랑이가 말했다.

“엄마, 서준이랑 영화 보러 가도 돼?”

형제들까지 넷이서 약속을 잡았다.


아이들끼리 영화표를 예매하고

스스로 발권을 하고 함께 영화를 보고

놀다가 저녁이 되어 돌아왔다.

그날

하랑이와 아랑이는 처음으로

엄마 없이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하랑이는 집에 오자마자 말했다.

“엄마, 다음에 또 서준이랑 영화 보러 갈래!”


배움터에서는 늘 좀비놀이가 한창이다.

하랑이가 시작한 잡기놀이다.

한 아이가 좀비가 되면

나머지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좀비는 아이들을 잡는다.

규칙도 순서도 없다.

하랑이는 그런 단순한 놀이를 여전히 좋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학교에서는 이런 놀이를 받아주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카톡을 하고

웃고 떠들며 놀고

엄마 없이 영화관에 가던 하루.


그런 평범한 하루들이

하랑이에게도 조금씩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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