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그 바다에 잘 도착하셨소?

by 꿈꾸는 덩나미

엄니!

지금쯤 그 바다에 도착하셔서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껏 회포를 풀고 계시겠구려.

엄니는 어찌 그리 아셨소?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인쟈, 내 죽었다는 소식 듣거들랑 그때 오그래이"라고 말했잖소.

이 딸년은 설마 그날이 마지막일까 싶어 엄니의 말이 서운하여 "다음에 왔을 때도 이렇게 살아있어야 해요. 죽지 말고 나 올 때까지 기다려요 엄니. 죽으면 안 돼요."라고 아이처럼 떼를 썼는데...

기필코 그 말처럼 엄니 부고를 받고 말았구려.


아직도 눈에 선한 것은 대문 앞 빨간 의자에 불편한 몸을 의지한 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시는 엄니 모습이라오.

멀리서 온 딸년 가족을 한눈에 알아보고 "아이고! 온다고 욕봤데이"라며 우리를 반겨주시던 엄니의 환한 미소가 사무치도록 그리운데 엄니는 이제 흔적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셨구려.


엄니!

자식입에 밥 들어가는 게 그렇게도 좋으셨소?

그것이 엄니의 약점이 되어 허다하게 밥을 굶으며 엄니를 애 먹인 이 딸년이

이제는 입맛이 없어도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으며 엄니를 생각합니다.

엄니!

감사해요. 그런 철없는 딸년을 끝까지 사랑해 주셔서.

고마워요. 엄니 가슴에 못을 박은일이 한두 번이 아니건만 끝까지 감싸주셔서.


자식들 때문에 애가 다 닳으셨소?

원래 자식이란 것들은 어미의 가슴속살을 뜯어먹고 사는 것들 아니겠소.

그럼에도 끝없이 내어주고 안아주고 포용해 준 엄니...

엄니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한 여인이었음을 우리는 늘 망각하고 살았소.

그래도 조금이나마 자식새끼들 때문에 행복했기를 바래봅니다.


아버지는 만나셨소?

외할머니도 만나셨소?

어려서 놓친 아이들도 잘 만나셨소?


이제 다리는 다 나으셨소?

아픈 몸으로 거동도 못하고 누워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그 바다에서는 마음껏 유영하시고 엄니 얼굴에 웃음만 가득하기를 이 딸년은 진심으로 기도하오.


엄니!

나는 말이요.

엄니가 그리워서 가슴이 절여온다오.

그런데 엄니가 내게 무슨 말을 할지도 너무 잘 안다오.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말고 너무 오랫동안 힘들어하지 말고 잊을 건 잊고 잘 지내다 만나자"

엄니는 분명 그리 말하겠지만 그래도 엄니가 사무치게 그리운 걸 어떡하냔 말이오.


엄니!

나도 이 소풍 끝나면 엄니 계신 그 바다로 갈 텐데 모든 고난 잘 이겨내고 그 바다에 도착하면 이 딸년 꼭 안아주시고 잘했다 칭찬해 주시오.

엄니, 그리운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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