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 법

이 더운 날 꼭 운동해야 하나요?

by 꿈꾸는 덩나미

그는 새벽 일찍 일어나 러닝을 한다.

아무리 새벽이라 해도 덥기는 여전한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집에 들어온다. 온몸이 흠뻑 젖어 있다.

그동안은 종교인답게 새벽예배를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교회에서 새벽예배를 하지 않자 새벽운동으로 그 종목을 바꾸었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운동을 좀 쉬어도 되련마는 그는 계획을 세우면 꼭 실행을 하려고 애를 쓴다.

임산부 같던 배가 어느새 쑥 들어가고 몸무게도 눈에 띄게 확 줄어들었다.

운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이다.


몸무게가 나와 엇비슷했는데 그는 점점 날씬해져 가고 나는 여전히 그 무게를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울퉁불퉁 접힌 내 배를 툭 치더니 "운동 좀 해."라고 한마디 던진다.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짜증이 확 올라온다.

나는 솔직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운동 자체를 싫어하고 몸을 쓰는 일을 잘 못한다.

학교 다닐 때도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체육이었고 제일 싫어한 행사가 운동회였다.

운동회 하는 날은 지구를 잠시 떠나고 싶을 정도였다.


나를 운동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저녁 시간대에 근처 대학교로 산책을 몇 번 다녀왔다.

힘들었지만 살이 쪄서 구박을 받느니 함께 산책이라도 다녀야겠다 싶어 못 이긴 척 따라나섰다.

그러더니 갑자기 새벽운동으로 급선회를 했다.

달리기를 해서 체력을 끌어올린 후 다시 지리산종주를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산을 워낙 좋아해서 지리산을 몇 번 다녀왔고 설악산, 덕유산, 내장산,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많은 산들을 다녀왔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다 다녀보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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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도 모르고 지난겨울에 그를 따라 덕유산 눈꽃구경을 다녀왔다.

곤돌라를 타고 가기 때문에 힘든 건 아무것도 없다는 그의 꾐에 빠져 따라나섰다.

정말 눈꽃이 아름다웠고 덕유산은 나의 시선과 마음을 홀랑 빼앗았다.


하산도 곤돌라로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여기까지 온 게 아까우니 걸어서 하산을 하자는 그의 말에 넘어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것은 내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훨씬 쉬우리라는 나의 단순한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2시간이면 하산을 할 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내 다리가 이미 내 다리가 아니었다. 눈밭에 미끄러지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 보니

다리에 이상이 생겼다. 한발 한발 내 디딜 때마다 통증으로 인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도 당황했다. 내가 이렇게 저질체력에 고통을 당하리라고는 예상을 못한 탓이었다.

결국 엄지발톱이 빠졌다.


그 이후로 나는 산을 오르지 않는다. 그도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산은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는게 내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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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다시 지리산 종주를 하겠다고 한다.

벌써 지리산 종주가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덕분에 직접 가 보지 않고도 천왕봉과 반야봉을 몇 번 오른 느낌이 든다.

나도 여름휴가를 같이 보내고 싶다.

하지만 지난번 덕유산 사건 이후로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혼자 다녀오세요. 집에까지 무사귀가하는 게 등산의 마무리인 거 아시죠?"


우린 달라도 너무 다른 부부이다.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남자와 산을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여자, 초저녁잠이 많은 남자와 새벽잠이 많은 여자, 날씬한 남자와 통통한 여자. 끊임없이 도전하는 남자와 안주하려는 여자. 그것이 우리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산악러닝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한다.

지난번 관악산종주 때 산악 러닝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와서는 마음이 동했는지 계속 이야기를 했다.

평지에서 뛰기도 힘든데 산에서 달리기를 하겠다니...

무엇이 이 남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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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운동을 하는 일에 박수를 보내야지 무슨 불만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나도 당연히 운동을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너무 과한 운동은 도리어 건강을 망칠 수 있다.

내 눈에는 좀 과한 게 아닌가 싶다.

이 무더운 여름날, 새벽이라 해도 더운 건 여전한데 온몸이 땀에 젖고 얼굴에 모든 혈류가 다 모인 거 같이 달아오른 얼굴로 집에 들어오면 쯧쯧~불쌍한 마음이 든다. 그는 그래야 몸이 풀리는 것 같다고 하지만.


여름에는 좀 쉬지...

아니면 에어컨 빵빵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든지...

이 무더위를 땀 흘리며 운동으로 이겨나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것도 그들이 사는 법이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지리산 종주와 산악러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내 남편을 포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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