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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Jul 21. 2022

노력하는 자 복이 있나니!

세장의 카드로 점치는 미래

붉은 자주색 천을 깔고 그녀가 편안한 눈으로 지긋이 나를 바라본다. 순간 나도 모르게 술술 말문이 터진다. 처음 만난 그녀에게 무방비 상태로 다 풀어놓는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확인한 후 드디어 그녀는 천 위에 카드를 쭈욱 펼쳐 놓는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 가운데 세장을 골라 그녀 앞에 슬며시 내놓는다. 드디어 그녀는 세장의 카드를 뒤집고 천천히 눈으로 읽는다. 그리고 다시 나를 고요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이윽고 펼쳐진 그림에 나와 있는 의미들을 내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들과 연관 지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세장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한 장의 카드를 더 뽑기도 하고 해석이 애매한 경우는 풀이 책을 들춰보기도 한다. 다행스럽게 내가 듣고 싶은 답들이다. 지나간 일조차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하게 말한다. 


새로운 경험이다. 100퍼센트 믿을 수 있는 것이라 여기지 않지만 나는 그녀 앞에서 세 번 연속 카드를 골랐다. 때로는 그녀의 환한 말에 웃기도 하고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설명에는 살짝 그늘이 드리워지기도 한다. 모임에 참석한 일행 중에 한 명이 타로점을 재미로 봐준다며 타로 책과 카드를 들고 온 덕분에 경험한 일이다. 그녀는 타로점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힘든 기색 없이 연이어 귀를 기울이고 카드를 펼친다. 동석했던 회원들 모두 한 번씩 자기가 궁금한 일들에 대해 상담하듯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와 마주하는 경험을 했다. 나도 모르게 다 풀어놓고 난 뒤 내가 요즘 이런 고민들을 안고 살고 있구나 싶었고 처음 만난 그녀에게 내 속내를 다 보인 것 같아 살짝 민망스럽기도 했다.


운명을 과하게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점이나 운세를 보러 가본 적은 없다.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일부러 만든 적도 없고 사실 궁금한 적은 있지만 무속인과 마주하는 일이 겁나서 가볼 엄두를 내지도 못했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 또한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뿐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했던 즈음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그녀 앞에 앉았던 시간이었다. 세장의 카드로 점쳐지는 미래가 다 맞을 것이라고 믿지도 않지만 좋은 말은 내 것이라고 믿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다. 타로 풀이 결과를 아들에게 말했더니 그런 걸 믿느냐는 말투로 말하며 싱겁게 웃더니 누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더니 잘 맞는다며 신기하다고 말한다. 결과는 카드 여부에 관계없이 희망을 주는 메시지들이어서 다행스럽기도 했다. 아마도 점술사들은 그를 찾은 사람들의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을 알기에 어떻게든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메시지를 전하도록 고안된 것이 타로가 아닐까 짐작해보기도 한다.


우리는 늘 살면서 행운을 꿈꾼다. 나쁜 상황이 생기면 나는 예외이기를 바라고 신이 항상 내 편에 서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또한 나의 노력과 땀이 바탕에 깔려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가만히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어떤 결과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한 발씩 내딛고 있지만 때론 불안하고 잘할 수 있을까, 잘될까 늘 염려하는 아들에게 지금 고민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지만 너는 결국 승리의 컵을 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하며 전화를 끊었다.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신의 가호와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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