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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Nov 09. 2022

사람이 그렇게 쉽게 달라져?

둔한 사람과 예민한 사람이 사는 법 

누군가는 눈과 마음으로 말하기도 하고 혹자는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무언으로 일관된 눈이나 마음으로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 채기는 어렵다. 종일 또는 매 순간 그 또는 그녀 생각만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매번 소통방식의 차이로 어떤 이는 늘 상처를 입지만 생채기를 내고 있는 상대방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질문을 하면 늘 대답이 한 박자 늦거나 두세 번 물어야 간신히 한 번만 답을 하는 경우도 상대방에게는 무언의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평소 무신경해서 보는 대로 듣는 대로 판단할 뿐 뒷 마음이나 속내를 탐구하거나 미루어 짐작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아침부터 지적을 듣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나이 탓을 하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이가 들다 보니 반응이 늦어지고 두어 번 들어야 간신히 대답을 생각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망설임도 없이 젊었을 때도 그랬다는 말에 가슴이 움찔할 뿐이다.


모처럼 이뤄진 독서클럽 저녁 모임.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다 어느 순간 책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최근에 읽은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 일지'가 좋았다느니 이번 달에 함께 읽는 'Z의 스마트폰'이 생각보다 잘 읽히고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아 앱을 몇 개나 다운로드했다는 얘기들. 벌써 6년째 이어오고 있는 클럽의 햇수를 언급하던 중에 한 회원의 말에 빵 터졌다. 늘 책을 끼고 사는 그에게 아내가 "매일 책을 그렇게 읽으면 뭐해. 달라지는 것이 없잖아". 말하며 지청구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논어 맹자를 읽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사람이 그렇게 쉽게 달라져?"라며 그를 두둔했다. 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닌 탓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늘 책에 많은 관심을 갖곤 한다. 이번 달에도 독서클럽 책을 비롯해 지인에서 선물 받은 박노해 시인의 두꺼운 시집과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구입한 책까지 침대 맡에는 여러 권의 책들이 쌓여있다. 읽는 책도 다양하다. 어떤 때는 소설만 읽기도 하고 어느 날은 시집이나 수필에 주로 꽂히기도 한다.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거나 심기일전이 필요할 때는 마음 치유 또는 자기 개발서를 가끔 읽기도 한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들을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할 때도 있다. 함께 낭독으로 읽는 건강서적에 나오는 대로 잠잘 때 휴대전화를 멀리 놓아보기도 하고 글루텐과 우유, 설탕을 최대한 먹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도 한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거나 법정스님의 마음 다스리는 글을 읽을 때는 언어습관이나 대인관계를 되짚어보며 고쳐보려고 애쓰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위치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생활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누구 말대로 작심삼일 형이라 변화가 어렵다면 일 년 365일 작심삼일을 반복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30여 년을 한 공간에서 부대끼고 살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고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 어려운 날이 여전히 있다. 단순히 나는 너무 둔하고 상대방은 너무 예민한 성정이라 그렇다고 단정하고 묻어둘 수만은 없다. 잘 해낼 자신은 없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주는 연습이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오늘은 소설이나 수필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책이 필요할 듯하다. 다 흡수해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실천에 옮긴다면 아주 작은 변화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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