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Nov 09. 2022

두 번은 못하겠다

달라진 결혼식 풍경

긴장해 간혹 걸음도 엇박자가 나던 신랑은 여유 있게 좌우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씩씩하게 걸어 나온다. 어느 날 보다 고운 신부는 이층 계단에서 나타나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 천천히 걸어 내려와 아버지의 손을 맞잡고 환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신랑 쪽으로 향한다.


예식 시간이 다양해졌고 진행 내용 또한 확연히 달라졌다. 한동한 스몰웨딩이 유행한 적도 있었지만 가장 큰 차이는 근엄한 표정으로 장시간 어려운 멘트를 하시던 연로하신 주례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신 양가 부모가 나서 축하의 말이나 당부로 대신하는 것도 익숙하다. 아버지 손을 잡고 행진하던 신부는 신랑과 나란히 입장을 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과정 사진을 영상으로 제작해 함께 시청하고 서로의 다짐을 번갈아 읽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표하기도 한다. 


절친들이 축하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때론 부모나 지인들이 시낭송을 하며 결혼을 축복하기도 한다. 때론 우애가 남다른 남동생이 축하의 편지를 써 낭독하며 누나를 떠나보내는 서운한 마음을 흠뻑 내비치기도 한다. 가장 달라진 내용이 있다면 결혼식 하면 떠오르는 행진곡 음악이다. 언젠가부터 감미로운 멜로디의 팝송이 흘러나오고 평소 입지 않아 어색한 한복을 입고 치르던 폐백 절차도 없어졌다.


주말에 찾은 조카 결혼식. 7층 웨딩홀은 오후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예식이 꽉 차 있었다. 당연히 주차 공간이 부족해 먼 곳에 차를 놓고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식이 치러졌다. 양가 어머니들의 화촉점화부터 신랑 신부의 행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0여분 남짓. 예전과는 많이 격식이 없어지고 달라졌지만 여전히 틀에 박힌 공간에서 예식을 지켜보는 입장은 결혼 공장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결혼식을 마친 이들의 공통적인 멘트 중의 하나는 '두 번은 못하겠다'이다. 준비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여러 가지들을 준비하면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전처럼 예물을 과다하게 요구하거나 그런 일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30여 년을 살아온 남녀가 하루아침에 모든 면에서 마음이 맞기는 어렵다. 그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성혼선언문 낭독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눈이 펑펑 쏟아지던 겨울날, 그 번거롭던 절차를 마치고 힘들었던 기억이 어슴프레 하지만 남아있다. 20여분 남짓 진행되는 결혼식을 지켜보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두 번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그럼에도 여러 번 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뿐이다. 나름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을 터이다. 아마도 두 번은 할 일이 없을 것이라 믿으면서도 한번 더 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며 예식장을 나선다.

작가의 이전글 나이를 먹는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