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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Nov 07. 2022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 듦에 대하여

하루가 다르게 기력은 떨어지고 아픈 곳은 추가된다. 늘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먹어도 특별한 맛이 안 느껴지고 멋지고 화사한 풍경을 봐도 별로 감흥이 없다. 어른들 말처럼 입맛 좋을 때 많이 먹고 다리 떨리기 전에 여행도 많이 다녀야 한다. 먼 나라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나를 비롯해 누구나 때가 되면 감당하고 직면할 일들이다.

 

내 나이 또래쯤 되는 가정들은 거의 대부분 노부모 봉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다. 의료기술 발달로 나날이 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유병 장수하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추세인 탓이다. 본인이 알아서 모든 상황을 해결하고 케어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 자식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 또한 자녀들이 경제적 능력은 물론 윤리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경우이다. 나 몰라라 하고 방치하는 사례들은 방송이나 뉴스 기사를 굳이 찾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지인의 경우 주말마다 형제들과 조를 편성해  90세가 넘은 아버지를 보살피기 시작한 지가 벌써 여러 해다. 개인 사정이 생기면 시간을 서로 조율하기도 하고 밀린 집안일에 음식까지 매번 준비하고 챙기는 일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몇 년째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러울 뿐이다. 자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쉽지 않은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거동이 불편하지 않고 치매 증상도 없으면서 경제적으로 능력까지 되어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 이지만 마음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나 또한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며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만 그 대열에 서서히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글루텐, 유제품, 설탕이 나쁘다고 말해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거리에서 파는 따끈한 붕어빵을 먹어야 하고 카페에서 가면 커피와 함께 소금 빵과 치즈케이크가 먹고 싶다.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 더 먹고 싶은 아이러니한 심리......


실천하면 당연히 좋은 일인 줄 알면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하차하는 유일한 종족은 인간이라고 한다. 아무리 건강 전문의가 이러저러한 일들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말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설마 나는 괜찮겠지라는 심리가 작동하는 순간이다. 한 번은 괜찮겠지, 조금인데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들. 마음만 바꿔도 세상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꾼 마음들을 실행으로 옮길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나이 듦을 예비하고 준비하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는 즈음이다. 나 또한 어떤 모습으로 노년을 맡게 될지는 예측 불가하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단을 바꾸고 경제적으로도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립을 준비하는 것이다. 나이 듦이 겁나고 두려운 일은 아님에도 자꾸 그 생각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건 나 또한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 일터. 


오늘따라 한동안 푹 빠졌던 드라마의 OST가 자꾸 맴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세월의 멋은 흉내 낼 수 없잖아 멋있게 늙는다는 건 더욱더 어려워....". 나이를 먹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잘 늙어간다는 것은 잘 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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