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Apr 01. 2023

다른 사무실도 다 이래?

무두절은 항상 정답이다

고개만 돌리면 화사하게 핀 벚꽃 잎이 흩날리고 게다가 금요일인 덕분에 마음까지 가벼운 날. 늘 고요한 사무실이 오늘따라 웅성거리고 가끔 큰 웃음소리도 터져 나온다. 오늘은 이른바 직장인들이면 누구나 좋아한다는 '무두절'. 오후 3시쯤, "오늘 간식 먹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라며 한 직원이 운을 띄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금세 여기저기서 반응이 터져 나오고 성격 급한 직원은 빠른 손놀림으로 A4용지에 사다리를 그리기 시작한다. 


민원인이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늘 정적이 감도는 사무실. 남직원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젊은 직원들이 부서의 장을 어려워하는 것도 일조한다. 원체 과묵하고 말수가 적은 '장'이 있는 날은 대부분 적막강산이다. 오늘은 모처럼 휴가를 낸 그분(?) 덕분인지 일하는 와중에도 살짝 가벼움이 묻어난다. 물론 중간관리자인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직장에서 사무실 분위기는 그 부서의 장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표정이 환하고 평소 농담도 잘 건네는 분인 경우는 직원들의 목소리 톤도 좀 더 높고 웃음소리도 잦다. 원체 과묵하거나 어려운 성향을 가진 분이 있는 곳은 대체적으로 고요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들어보면 그분들도 나름 고충을 안고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외롭다고 했던가. 직급이 있다 보니 먼저 가볍게 행동하기도 어려울 터. 거기에 직원들은 알아서 보이지 않는 가림막을 치고 어렵게 대하니 마음 편하게 차 한잔 마시면서 유유자적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이러이러하니 너네들이 좀 먼저 그 정황을 알아달라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말을 걸고 너스레를 떨면 반가워하는 기색이 완연한 걸 보면 그분들도 외로운 것이 맞다.


타 부서에서 근무하다 온 젊은 직원들은 아직은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 듯하다. 가끔 "다른 사무실도 다 이래"하며 묻는 것이다. 물론 천차만별이니 그런 곳도 아닌 곳도 있다. 오늘 간식 메뉴는 피자와 튀김 그리고 만인이 좋아하는 떡볶이로 낙점. 사다리를 탄 후 순위가 결정 날 때마다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다. 금액에 관계없이 잠깐이지만 마음이 느슨해지는 그 시간. 환하게 웃는 동료들의 미소가 그리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먹는 것에서 정이 돋는다고 했던가. 갓 구워낸 피자 한쪽을 나누면서 왠지 더 가까워진 느낌에 이런 기회를 좀 더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무튼 나이에 관계없이 직급에 상관없이 '무두절'은 늘 정답이다.

작가의 이전글 꽃잎 한 장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