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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Jul 25. 2023

절대 공부하지 마세요!

"좋은 시간 많이 만드세요. 공부하지 말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6주간 교육 입교를 위해 집을 나선 첫날. 같이 근무하던 상사와 나눈 카톡이다. 먼저 다녀왔던 선배들도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신신당부했다. 공부는 대충 하고  좋은 시간 많이 만들고 오라고.


평소 즐겨 듣는 잔나비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교육원으로 향한다. 그동안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니 만감이 교차한다. 첫 주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예정되어 있으니 우산을 꼭 챙기라는 안내문자가 무색하게 쨍쨍한 햇살 덕분에 기분까지 청청하다.

50여분을 달려 드디어 교육원 도착.

" 입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반가운 문구가 먼저 어리바리한 교육생을 환한 표정으로 반긴다.


캐리어와 배낭을 들고 있는 동기생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전국에서 온 그들과 앞으로 6주 동안 함께 하게 된다. 다행스럽게 같이 입교한 친구와 상봉해 모닝커피를 마신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냥 힘이 되는 순간이다. 오전 9시 40분 유쾌한 교육담당자의 시원한 웃음과 함께 입교식이 시작되고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이른 시간인데도  그녀의 목소리에 신명이 넘친다. 금세 분위기에 동화되어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넣고 열심히 박수를 친다.


그동안 많은 교육을 받았고 매번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날은 없다. 대충 하리라 맘먹어도 천성상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입교식을 마치고 담당팀장의 과정 안내 설명이 이어진다.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해 관리자에게 필요한 역량강화 과목들이 주를 이룬다. 기대감에 부푼 교육생들의 표정을 힐끔 거리며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앞에 나서지도 말고 어우렁더우렁 편안하게 즐겨보리라 작정하면서도 밀려오는 작은 불안감. 이른 아침 베란다 창문밖에서 요란하게 들리던 까치소리를 떠올리며 자꾸 읊조린다 주문처럼.

"이번에는 절대로 공부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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