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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Jul 09. 2023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A도 최근에 진급을 했더라. 말을 안 해서 몰랐지"

"B도 C도 다 잘 나가잖아. 식당 해서 성공하고 1급 공무원이고. 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가 친구들의 소식을 전하며 푸념한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대박이 난 친구가 볼 때마다 부자가 되는 데는 '장사'가 최고라며 자꾸 권유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열 군데 정도 강의 해봐야 수입도 적고 힘들지만 그래도 난 이 일이 좋아. 어쩌다 강의를 잘 마친 날은 그 여운이 며칠씩 이어지기도 해"라며 여전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낸다. 내가 봐도 그는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면서 인문학 지식들을 풀어낼 때 눈동자가 제일 반짝거린다. 이에 질세라 나도 한마디 보탠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할 때 제일 좋더라......"

이내 그는 "내가 보기에 너도 잘 살고 있어"라고 맞장구를 치며 나를 치켜세운다.


우리는 문과생이다.  결론적으로 전공으로 먹고사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또한 얼떨결에 처음에 언론사에 발을 들이면서 그 일에 재미를 느껴 지금에 이르렀다. 작가로 등단했고 여러 분야의 책도 출간했다. 서각을 취미로 하고 인문학과 인권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강사로도 활동한다. 경제적으로 애로가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이 길을 걷겠노라고 말한다.


나는 어떨까. 늘 만족스럽지 않고 더 높고 잘된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부러워하는 날이 많았다. 그렇다고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이다". 늘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그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정답은 살아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세상살이에도 정도는 없다. 누구는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자가 되는 것을 1순위에 놓는다. 어떤 이는 답답하리만큼 명예나 부에는 관심이 없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만 파고들기도 한다. 전자가 틀리고 후자가 잘못 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면서 본인이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풍족해도 여전히 삶이 즐겁지 않고 고통스럽다면 전혀 의미가 없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결핍의 삶일지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하다면 그만이다.


여전히 부족함으로 가득 찬 일상이다. 새로 발령받은 부서는 종일 동동거릴 정도로 바쁘다. 요즘 들어  제대로 읽은 책 한 권이 없고 글쓰기는 게으름의 최고봉을 찍고 있다. 열정이 식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잠시 쉬어가는 즈음이라고 여긴다. 글 쓸 소재가 없다는 것은 내가 죽었다는 말이다. 여전히 글은 유치하고 노력대비 결실은 미약한 날이 많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늘 싱싱함으로 가득 차있다. 아직도 가슴 설레는 일들이 도처에 널려있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나는 내일도 짜인 틀 속에 나를 채우며 바람, 비, 나무, 사람에게 한눈을 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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